바이오산업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약개발과 의료 등 레드바이오를 떠올리지 농업·식량문제와 직결되는 그린바이오나 에너지·환경으로 대표되는 화이트 바이오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산업적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정인석 한국바이오경제학회 회장(한국외국어대 교수)은 "유럽은 1990년대부터 산업혁신과 관련해 많은 토론을 해왔다. 이들에게 바이오경제란 레드바이오보다는 바이오매스 등 에너지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사회구조를 만들자는 화이트 바이오에 더 방점이 찍혀있다"며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바이오경제는 제약바이오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고, 충분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투자 등 지속가능한 구조를 갖춘 미국 모델에 가까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린-화이트 바이오 산업은 향후 글로벌 분쟁이나 국제이슈에 단골로 등장할 전망이다. 올 봄 내내 중국발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최근 화력발전소와 고리원전 가동중단을 결정한 우리나라에도 에너지와 환경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식량과 생물자원이 국제 이슈가 되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생물자원 제공국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국제 협약인 나고야 의정서가 본격적으로 발효되면, 국가와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에 대비해 인수합병(M&A)으로 몸집불리기에 적극 나서는 한편 연구개발에 수 조원씩을 쏟아붓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경제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이번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린바이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어디까지 수용할 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 제대로 된 토론도 하지 못하고 있고, 화이트 바이오도 에너지 산업구조가 대기업 위주로 되어있어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린이나 화이트 바이오에 대한 R&D 투자나 정책 배분이 미미한 부분부터 바꿔야 한다. 정책의 균형감각이 중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바이오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융합·진화하고 있다. 세 영역간 경계를 허물고 넘나드는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는가 하면, ICT와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융합바이오도 급부상하고 있다. 3D 바이오프린팅이나 유전자가위, 합성생물학 등의 새로운 기술의 발달과 융합으로 지금까지 없던 첨단 바이오의약품들이 쏟아져나온다.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의료와 제약의 패러다임이 통째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무분별하게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빅데이터로 체계화하고 사업화로 연결시킬지도 중요한 과제다.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데 우리만 '무엇이 금지되어 있는지 모르는' 규제에 발목잡혀 있다고 호소한다. 유승준 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규제를 풀어주는 것만으로 시장이 열리고, 기업들은 시장이 열리는 것만 보여줘도 들어오기 마련"
[특별취재팀 = 신찬옥 기자(팀장) / 서진우 기자 / 김혜순 기자 / 원호섭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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