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선 공약에 따라 탈원전·탈석탄 로드맵을 마련하고 국민 안전을 최우선하는 청정에너지 시대로 나아가겠다며 국가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한 것이다. 또 현재 발전원가보다 싸게 공급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중장기적인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이어 "현재 수명을 연장해서 가동 중인 월성1호기는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며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5·6호기의 경우 안정성과 공정률, 투입·보상 비용, 전력설비 예비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로 했다. 사실상 건설 중단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선언과 함께 새 정부의 탈핵·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에 대한 폐쇄 조치로 임기 내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대전환을 선언했지만 앞으로 치밀한 준비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에는 전력수급, 전기요금 인상, 원전폐쇄 비용 등에 대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탈핵·탈원전 정책은 핵발전소를 긴 세월에 걸쳐 서서히 줄여가는 것이라서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와 천연액화가스(LNG) 발전 등 깨끗하고 안전한 청정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 에너지 산업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원전 해체에 따른 전력부족분을 태양광, 해상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적극 투자해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일거양득 효과를 노릴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5년 전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전북 새만금 일대와 전남 지역을 신재생 에너지 단지로 집중 육성해 에너지 산업 분야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에너지 세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에너지 고소비 산업구조도 효율적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재편해 산업 부문에서 전력과소비를 방지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다만 산업경쟁력에 피해가 없도록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원전 안전성 확보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게 된다. 원전 내진 설계가 충분히 돼 있는지 재점검하고, 원전 운영에 있어서 투명성도 대폭 강화한다.
문 대통령은 "원전 안전성 확보를 국가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하겠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승격시키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원전 운영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고, 심지어 원자로 전원이 끊기는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지만 은폐하는 사례도 있었다"면서 "새 정부에서는 무슨 일이든지 국민 안전과 관련해서는 투명하게 알리는 것을 원전 정책의 기본으로 삼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되돌아보면서 "원전이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30㎞ 안에 인구가 17만명이었는데 우리는 그보다 무려 22배가 넘는 인구가 밀집돼 있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원전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고리1호기 해체에 따른 원전 해체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한 연구소를 동남권에 설립해 기술 확보에 나서
문 대통령은 "국가 에너지 정책 대전환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정부와 민간, 산업계와 과학기술계가 함께 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에너지 인식도 바뀌어야 하고, 정부는 탈원전·탈석탄 로드맵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선언했다.
[고재만 기자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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