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소송과 최저임금 및 법인세율 인상 등 각종 악재로 사면초가에 몰린 재계에 원자재 파고까지 덮치고 있다. 올 들어 천연고무 부타디엔 코발트 등 주요 산업용 원자재값 급등에 따라 타이어·배터리·화학·섬유업체에 비상등이 커졌다.
14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넥센·금호타이어는 고무값 급등 여파로 전년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를 내놨다. 이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한국타이어도 영업이익이 무려 34%나 줄었다. 주 공급처인 완성차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주 원료인 고무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것이 직격탄이 됐다. 올해 1분기 천연고무값은 t당 평균 2070달러로 1년 전 1361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 가격도 t당 1045달러에서 1800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원재료 값은 크게 뛰었는데, 정작 제품가격에는 제때 반영되지 못해 2분기 실적에 치명상을 입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와 리튬 가격도 올 들어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관련업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연초 파운드당 15달러를 밑돌던 코발트 가격은 이달 들어 29달러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전세계 코발트 생산의 50% 이상을 책임지는 콩고민주공화국 내전으로 인해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LG화학 삼성SDI 등이 일본 중국업체들과 치열하게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차세대 핵심산업이라는 점에서 원가경쟁력 약화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등 경쟁상대는 이미 전략적으로 글로벌 광산확보에 혈안이 돼있다.
고기능성 섬유 스판덱스의 기초원료인 부탄디올(BDO) 가격도 작년 하반기 t당 평균 1000달러 수준에서 현재 t당 2000달러까지 2배 가까이 오르면서 효성 태광산업 등 섬유·소재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원료가격 급등 여파로 대표적인 스판덱스업체인 효성의 섬유부문 영업이익은 지난 2분기 21%나 급감했다. 여기에 철광석과 유연탄 가격 상승도 조선업계에는 단기적인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철강 가격이 높아졌지만 선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원자재 값이 높아지고 있는 데 반해 제품가격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통상임금 소송과 노조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에 내우외환에 빠진 격"이라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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