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이모씨(29)는 인근 모텔의 환한 조명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평소에는 커튼을 쳐 바깥의 빛이 새어들어오는 것을 막았지만 한여름 열대야에는 창문을 열어놔야 해 커튼마저 칠 수 없다. 참다못한 이씨는 지난달 담당구청에 찾아갔지만 조명환경관리구역이 지정돼 있지 않아 행정처분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해당 모텔과 협의 끝에 조명의 밝기를 낮추기로 했지만 이씨는 여전히 잠을 설친다.
밤새도록 켜져 있는 가로등과 간판, 옥외 광고물 등 야간 조명으로 인한 '빛공해'로 스트레스와 불면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이미 수 년 전 빛공해 방지법까지 만들어 졌지만 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환경부는 15일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빛공해 방지법) 개정안을 빠르면 올 해 안에 정비를 마치고, 향후 5년 간의 빛공해 방지계획을 재설계해 내년까지 내놓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환경부는 최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제2차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 종합계획(2019~2023) 수립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은 빛공해 지역이 전 국토의 89.4%를 차지해 이탈리아(90.4%)에 이어 주요 20국(G20) 중 2위에 달하지만 아직 빛공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고려대 의대 이은일 교수(예방의학과), 이헌정·윤호경 교수(정신건강의학과)와 가천의대 강승걸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수면 중 약한 빛 노출만으로도 낮 시간의 뇌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이은일 교수는 "빛 공해는 우리 몸의 생체리듬을 교란시켜 수면질환은 물론 대사질환과 유방암·전립선암 등 질병을 낳을 수 있다"면서 "최근 스마트폰과 TV 등 사용이 늘면서 빛 공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만큼 국가차원의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지난 2012년 빛공해 방지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빛공해 방지법은 지자체별로 빛공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구역을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준수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사해 개선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되면 법에 따라 빛방사 허용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2014년에는 환경부와 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가 함께 '빛공해방지 종합계획(2014~2018)'을 세웠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 주거지역의 경우 조명환경관리구역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한 지자체는 서울특별시와 광주광역시 두 곳에 불과하다. 일선 지자체가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설정하려면 환경 영향평가를 수행해야 하는 등 부담이 큰 데다 법제정과 집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용어 설명
빛공해(Light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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