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맞물려 10년 넘게 국내서 진행되어 왔던 차세대 원전 기술도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학계에서는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 경쟁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초 원자력 연구 방향을 경제성장 지원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중심으로 한 미래지향적 연구개발(R&D)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원전 해체 기술, 내진 성능 강화, 사용후핵연료 운송 위한 밀봉 용기 개발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반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차세대 원전 개발 등에 대한 지속 여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과기정통부가 공론화 과정에 올리는 기술은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듐냉각고속로와 사용후핵연료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이 대표적이다. 소듐냉각 고속로는 사용후핵연료에 섞여있는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을 재활용하는 차세대 원전이다. 1997년 개발을 시작해 지금까지 약 2000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됐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 내에 있는 우라늄을 다시 골라내 원전 연료로 만들어내는 기술로 2011년부터 지금까지 약 4500억원이 투입됐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원전 폐기물의 방사능은 1000분의 1로, 부피는 2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즉, 현재 원전발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고 원자력 발전의 지속가능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함에 따라 두 기술 모두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학계에서는 이미 확보한 기초·원천 기술 경쟁력까지 내던지는 성급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과기정통부의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등은 관련 기술이 갖고 있는 중요성에 대해 수십년 동안 홍보해 왔다. 정권의 변화에 따라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은 이해하지만 수십년을 내다보고 진행하는 R&D까지 영향을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
과기정통부는 이르면 이달, 늦어도 두달 내에 공론화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올해 안에 R&D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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