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에 주력해온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 개발에 도전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기업인 다케다제약과 바이오 신약을 공동개발하는 내용의 전략적 제휴 계약을 맺었다고 21일 밝혔다. 가장 먼저 개발할 신약은 급성 췌장염 치료제다. 다케다가 발굴한 췌장염 치료 후보물질 'TAK-671'은 현재 전임상 단계로 내년중 본격적인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5년간 기반을 닦아온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해 신약 사업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약개발 파트너가 된 다케다제약은 일본은 물론 아시아 최대로 꼽히는 글로벌 제약기업이다. 제약시장 분석기관인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작년 처방액 기준으로 전 세계 제약사 중 19위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신약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는데, 다케다제약과 급성 췌장염 치료제를 공동개발하게 됐다"면서 "다케다 제약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보유한 빠른 개발 플랫폼 및 기술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급성 췌장염 치료제를 '삼성 1호 신약'으로 선택한 이유는 아직까지 이 분야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지 않고, 임상시험이 시작되지 않아 두 회사간 협력이 용이하며, 파트너인 다케다제약이 소화기 내과 분야 치료제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 등이 두루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급성 췌장염 환자는 미국의 경우 10만명당 24.2명, 영국은 5.4명이다. 우리나라는 10만명당 약 20명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40~50대 환자가 가장 많으며, 알코올 소비증가와 진단기술 발달로 인해 발병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질환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TAK-671의 임상부터 제품화에 이르는 전 과정에 공동으로 참여하며, 앞으로 다른 바이오신약으로도 협력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언제 신약개발에 뛰어들 것인가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다. 2012년 설립 당시부터 시장은 삼성이 신약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했고 시기가 언제인지를 궁금해했다. 지난 2010년 5월 '5대 신수종 사업' 으로 바이오를 선택한 삼성의 미래전략을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 진출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글로벌 신약이 나올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부터 기본적인 독성 여부를 확인하는 전임상(동물실험), 환자에게 투여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임상 1상~3상, 전세계 감독당국에 허가를 받고 제품을 만들어 출시하는 상업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10년의 세월과 수 조원의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리스크가 크지만 성공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쟁쟁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수십조원을 쏟아붓고도 최종 허가 문턱에서 좌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다케다 제약은 공동개발을 통해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 부담을 줄이면서 성공 가능성을 최대한 높인다는 전략이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다케다와 신약개발 파트너가 됐다는 것은 지난 5년간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R&D)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플랫폼 및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이번 공동 개발은 우리 연구개발 역량을 바이오 신약까지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약 사업에 처음 진출하는 만큼 당분간 공동개발 체제를 유지하면서 파트너사의 강점을 흡수해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확보한 연구 개발 역량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댄 큐란 다케다제약 대외협력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플랫폼 및 기술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삼성과 연구 개발에서 상업화까지의 과정을 협력하면서 시간 및 비용 측면에서 양사가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약개발과 함께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특유의 '속도전'으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허가 과정을 경쟁사에 비해 획기적으로 줄이며 글로벌 시장에 안착했다. 이미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인 '브렌시스'를 호주 캐나다 한국 유럽(유럽 제품명 베네팔리)에, 류마티스 관절염·강직성 척추염 등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렌플렉시스'를 미국 유럽(유럽 제품명 플릭사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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