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타임스퀘어에서 영화 볼까?"
주말을 앞둔 25일, 월급날이기도 한 이날 친구와 주말 영화관 나들이를 약속했다. 자동차 없이 용산에 거주하는 기자는 대중교통이 편리한 용산역, 영등포역, 여의도역, 명동역, 강남역 인근에서 주로 여가시간을 보낸다. 이 중 용산역과 영등포역, 여의도역에는 역과 이어지는 대형 복합쇼핑몰이 자리해있다. 이곳에서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친구도 만나고 쇼핑도 하고 책도 보면서 주말을 보낸다.
때문에 최근 다수 생겨나는 복합쇼핑몰을 단순 쇼핑공간으로 보는 시각은 좀 억울하다. 특정 상품을 구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복합쇼핑몰에서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확인하는 카드사 알림메시지만 봐도 레스토랑, 영화관, 카페명이 두루 찍혔을 뿐 쇼핑 목록은 오히려 찾기 어렵다. 취준생과 기혼자가 공존하는 주변 인맥을 살펴보더라도 부모님의 주말 잔소리를 피해 복합쇼핑몰을 찾는 취준생 후배와 육아에 지쳐 아이를 데리고 콧바람을 쐬기 위해 나서는 아기엄마가 있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연락이 온 자칭 '초식남' 선배는 이제는 동네에서 찾기 어려워진 서점을 가기 위해 복합쇼핑몰에 들렀다고 말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등 다소 시시한 이유 또는 아예 목적없이 복합쇼핑몰을 찾는 사람도 많다. 이는 체류시간으로도 증명된다. 장보기에 지쳐 계산대를 통과한 뒤에는 빠르게 주차장으로 향하는 대형마트와 비교해 복합쇼핑몰 체류시간은 2~3배에 이른다. 쇼핑을 목적으로 한다기 보다는 밥 먹고 영화 보고 수다 떨고 노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쓰이는 셈이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고양이 식음과 엔터테인먼트 등 쇼핑 외 놀이시설을 강화한 것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과거 스타필드 하남을 개장하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대 경쟁자는 야구장과 테마파크"라고 말했을 정도다.
복합쇼핑몰은 대형마트나 SSM(기업형 슈퍼마켓)과 달리 그동안 월 2회의 의무휴업 대상에서 빠져있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동반성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등의 영업일과 출점을 제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 대상에 복합쇼핑몰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국정과제에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적용 방안을 담았다. 내년에 정부가 복합쇼핑몰을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과연 복합쇼핑몰을 대형마트와 동일시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복합쇼핑몰을 제재한다고 소상공인 '살림'이 나아질까.
복합쇼핑몰은 전통시장과 소비 성향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 주거 밀집 지역에 들어서는 대형마트와 달리 개인사업자가 쉽게 들어가기 어려운 높은 땅값의 도심이나 아예 한적한 외곽에 위치한다. 연 1조원이 넘는 재화가 복합쇼핑몰을 통해 소비되는 만큼 외곽에 들어서는 경우 인근에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도심의 복합쇼핑몰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 역할을 맡는다. 민자역사 인근에 자리한 경우 KTX나 도심철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철도 이용객의 편의시설이 되기도 한다.
고용창출효과도 만만치 않다. 대형 복합쇼핑몰에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약 1만명이 판매와 시설관리업무 등에 다양한 고용 형태로 근무한다. 1만명은 반도체나 중공업 등 대형 제조공장 근무자 수 몇배와 맞먹는 수치다.
복합쇼핑몰의 상당수 영업 공간은 일반 개인이 임대분양 또는 전차 임대 방식으로 소규모의 점포를 운영해 자영업자가 대형상권에 들어가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의무휴업이 시행될 경우 보증금은 물론 매달 임대료를 내고 네일숍, 휴대전화 대리점, 카페, 음식점 영업을 하는 개인사업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이긴 하지만 복합쇼핑몰 기준 범위도 모호하다. 롯데월드타워, 스타필드, 코엑스, 타임스퀘어, 아이파크몰 같은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다중이용시설이 복합쇼핑몰로 가장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집단상가 유형인 가든파이브, 동대문 밀레오레, 테크노마트, 동탄 메타폴리스, 왕십리 비트플렉스 등도 규제 대상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엔터식스 등이 들어선 소규모 쇼핑몰을 비롯해 파주와 여주 등에 위치한 프리미엄 아웃렛도 복합쇼핑몰 형태를 띄어가는 추세이고, 메가쇼핑몰로 취급받는 이케아는 영업규제 대상이 아니기도 하다. 특히 등기분양 상가일 경우 강제 영업제한은 재산권 침해 지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복합쇼핑몰 영업 제재가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다소 과장되고 요란해보이는 지적처럼 들리지만 주말에 쉬러 가는 극장이나 테마파크, 공원 등에 영업을 제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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