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비가열 가공육에서 E형 간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최근 검출되면서 해당 질환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E형 간염에 걸리면 대부분 1~6주 후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만, 임신부와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감염자·장기이식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는 간부전 등 심각한 간 손상으로 이어져 주의가 필요하다.
27일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E형 간염이 유럽산 가공육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지만 이전에 감염자들이 발생했고 자연 치유되어 그냥 모르고 지나갔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E형 간염의 위험성을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흔한 병이 아닌 E형 간염은 A형간염과 마찬가지로 물이나 음식을 통해서 감염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규모 감염이 가능한 질환"이라며 "특히 아프리가, 인도, 중남미 국가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E형 간염 환자를 보기 힘들고 따라서 질환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E형 간염에 걸리지 않으려면 깨끗하지 않은 식수나 익히지 않은 음식은 섭취해선 안 된다"며 "또 수입된 식품 중 유럽산 소시지처럼 위험성이 있는 식품은 더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형 간염은 A형 간염과 마찬가지로 잠복기가 있어 감염 후 7~10일이 지나고 나서야 간염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다른 급성 간염과 마찬가지로 황달이나 가려움증, 진한 소변색등의 변화가 나타나고 근육통, 울렁거림, 복통, 설사, 간비장 비대에 따른 복부 불편감이 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무증상으로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발생하면 ALT(알라닌 아미노전이요소)와 같은 간기능 검사 수치의 급격한 상승과 '빌리루빈'의 상승을 동반할 수 있다.
감염환자는 거의 대부분 별 문제가 없지만 극소수 환자는 간부전증으로 간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간부전으로 진행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양호한 치료 경과를 보이고 일부에서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하기도 한다. 다만 임신한
E형 간염은 백신이 제한된 국가에서만 사용되고 있어 현재 완벽한 예방을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험지역을 방문할 때는 손씻기 등 개인위생에 유의하고 검증된 안전한 식수나 조리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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