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이 20만명대로 급락했다. 제조업 고용 증가세가 확 꺾인데다 저소득층 일자리가 몰려 있는 건설업 취업자수 증가폭이 크게 줄고 숙박·음식업 취업자수도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앞세우며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편성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으면서 소득주도 성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만 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2013년 2월 20만 1000명이 증가한 이래 최소치다. 전체 취업자 수가 지난 1월 24만 3000명 증가한 이후 줄곧 30만명대 이상을 유지하고 3~4월에는 40만명도 넘겼지만 8월에 다시 고꾸라진 것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50대(10만 8000명)와 60대 이상(20만 8000명)에서만 취업자가 늘었다. 단순 일용직 위주 추경 사업이 이들 연령대에 집중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7월 11조원 규모 추경 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뒤 한달만에 전체 예산의 46%를 집행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성적은 기대 이하인 셈이다.
특히 지난달 고용 상황을 업종별로 보면 심상치 않은 숫자들이 발견됐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1개월의 감소세를 딛고 6월부터 고용을 늘려오던 제조업에서 증가세가 한 풀 꺾였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만 5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얼핏 보면 감소세로 전환하지 않고 지난 6월부터 3개월 내리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커지던 증가폭이 줄었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제조업은 지난 6월에 1년 전보다 1만 6000명 취업자가 늘며 기나긴 마이너스 행진을 마감했다. 이어 7월에는 5만명까지 취업자 수 증가 규모를 확대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조선업과 관련돼 있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 쪽은 여전히 (고용 여건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며 "상황이 나아 보였던 다른 제조업 영역에서도 증가폭이 크지 않아 8월에는 제조업 고용이 둔화됐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를 홀로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의 경우 취업 유발 효과가 작다는 것도 제조업 고용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요인이다. 반도체에 10억원의 투자가 이뤄질 경우 고용 창출 인원은 3.6명에 그친다.
2월부터 10만명이 넘는 취업자 수 증가폭을 보여왔던 건설업도 지난 7월 멈칫하는 조짐을 나타내더니 지난달에는 본격적으로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 수는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만 4000명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올 3~5월 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16만명대 증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위축된 셈이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 수 증가폭이 확 떨어진 것은 기상 여건 탓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비가 온 날은 보름 정도로 작년 8월에 8일이었던 것에 비하면 두 배가량 길었다. 2014년 8월, 2015년 4월 등 과거 사례를 봐도 강수 일수가 2배 늘면 건설업 일용직 고용 인원이 3만명 안팎 줄어든다는 게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달 일용직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3만 6000명 감소했다.
날씨 요인을 빼고도 취업유발효과가 13.9명으로 비교적 큰 건설업 고용이 나아질 기미는 딱히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건설업 생산은 -1.3%를 기록했다. 2014년 4분기(-1.4%) 이래 2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건설투자 증가율 역시 2분기 0.3%에 머무르며 제자리걸음했다. 정부의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20%나 확 줄었다.
숙박·음식업의 8월 취업자 수는 4만명 감소했다. 앞서 6월 3만 8000명, 7월 1만 8000명이 감소한 데 이어 3개월째 뒷걸음질 쳤다. 서비스업 전체적으로 지난 2분기 0.8% 성장하며 2015년 3분기 이래 7분기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는 점에서 숙박·음식업의 최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도 하반기에는 상반기만큼 좋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고 있고, 정부 정책도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상반기에 비교적 괜찮은 편이었던 고용 상황이 앞으로 지속될 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조시영 기자 / 김세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