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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현(왼쪽)·한순갑 아이스펙 공동대표가 전자파 차단 필터를 소개하고 있다 [이영욱 기자] |
창원 본사에서 만난 한순갑 아이스펙 공동대표는 최근 자체 개발한 1250A급 대용량 HEMP 필터를 소개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대기업에서 전자파 관련 분야 실무에 종사하던 한순갑 대표는 박재현 대표와 함께 시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2003년 창업한 아이스펙을 창업했다. 당시로선 생소하던 전자파(EMI/EMC) 차단 전문 기술컨설팅과 장비 개발이 주력이다. 지금은 K21 보병전투 장갑차, K2 전차 등 방위산업과 관련된 각종 전자파 차단 필터 분야에서 국내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한화, 한화디펜스 등 150여개 방산 및 특수장비 생산 관련업체에 납품 중이다.
지난 3일 6차 핵실험 후 북한은 관영매체들을 통해 수소탄을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초강력 EMP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EMP 공격은 전기·전자기기를 망가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전자기파를 발생시켜 기기나 인프라를 파괴하는 것을 의미한다. 220V를 사용하는 가전제품에 순간적으로 300만V의 전류가 흐른다면 회로가 타버려 쓸 수 없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목표지점 수십~수백㎞ 상공에서 핵폭탄이 폭발할 경우 즉각적인 인명 피해는 없지만 전자기파로 인해 휴대전화, 컴퓨터 등 전자기기 파괴, 정전, 통신두절과 같은 각종 피해가 발생해 사회 전반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전자파 토털 솔루션 전문업체인 아이스펙은 지난해 말 한국전기연구원으로부터 'HEMP 보호용 핵심 소자 기술'을 이전받아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아이스펙이 개발한 필터는 전자기기의 전선과 통신선에 설치해 사용하는데 내부 시설로 유입될 수 있는 과도한 전압 및 전류, 전자파 노이즈 등을 차단해 핵심 장비 및 내부 부품과 저장 정보를 보호해준다. 한 대표는 "방호시설에 설치하는 필터로 1250A 급은 우리가 최초로 국산화했다"며 "컴퓨터 한 대의 소비전력을 200W라고 할 때 1250A 장비 한 대로 약 4000대의 컴퓨터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1250A는 현재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장 큰 제품 규격이다. 아이스펙 연구소장이자 공동대표인 박재현 대표는 "'대용량' 필터를 사용 할 경우 방호시설에 설치할 필터 수를 줄일 수 있어 관리가 훨씬 쉽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저용량 EMP 차단 필터는 국산화된 상태였지만 대용량 HEMP 필터는 전량 유럽과 미국 수입품을 사용해오던 차였다. 맞춤형 장비를 만들려면 제조사가 먼저 군이 보유한 장비의 제원을 알아야 한다. 수입품을 사용할 경우 군 기밀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 박 대표는 "아이스펙이 개발한 제품의 가격은 외국산 제품의 70~80% 수준이지만 기능은 동등한 수준으로 엄격하기로 유명한 미군 규격을 모두 충족했다"고 전했다.
아이스펙은 총 600종의 전자파 필터를 개발했고 이 가운데 300종을 양산하고 있다. 한 대표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600종의 다양한 필터를 개발할 수 는데다 장비 내부회로 최적화까지 도와준다"며 "맞춤형 군용장비를 만들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 방식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아이스펙 매출의 90%는 방산분야가 차지한다. 나머지 10%는 민수 분야로 원전, 특수의료기기, 특수해양선박 등에 필요한 부품을 만들고 있다. 아이스펙은 방산용 전자파 차단 필터의 국내시장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최근 개발된 HEMP 필터 점유율은 5%에 불과한데 이를 점차 높이는 것이 목표다. 박 대표는 "HEMP필터는 수입품 선호경향이 있다보니 국산제품이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펙은 최근 3년 평균 40% 가까이 성장했다"며 "2019년 매출 2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산 분야는 보안상 정확한 국내 시장규모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대략 5000억원
[창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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