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6개월째 현 수준으로 유지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앞서 한은은 2014년 8월과 10월 두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한 후 5개월 만인 2015년 3월 금리를 사상 처음 1%대인 1.75%로 떨어뜨렸다. 이후 같은해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감염 사태가 터져 또다시 금리를 1.50%로 인하했고, 지난해 6월에도 다시 0.25%포인트 내려 현재의 1.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의 결정은 견조한 경기회복세에 따른 경제성장률 개선, 북한 리스크 완화, 한·미 금리 역전 본격화 등 금리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대내외 여건을 관망하고자 하는 인식 등이 금리인상에 대한 필요성을 완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종합 채권시장지표(BMSI)에 따르면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경제를 보면 최근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내수 회복세는 여전히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9월 수출은 철강·반도체·자동차 등 주력품목 호조로 35.0% 늘어나면서 11개월 연속 증가했다. 수출액은 551억3000만 달러를 기록,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9월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현대차 제네시스 신모델 출시 영향으로 1년 전보다 15.8% 증가하며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반면 8월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전달 폭염에 의한 가전 매출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전달보다 1.0% 감소해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7월 111.2를 기록한 이후 8월(109.9)과 9월(107.7)에 잇따라 하락한 것도 내수에 부정적인 신호다.
각종 대책에도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또한 금리인상의 부담으로 자리잡고 있다. 올 6월말 현재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는 1388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해 예년 수준을 여전히 웃돌고 있다.
올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것 또한 한은이 선제적인 통화정책에 나서기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 금리가 인상되면 한미 정책금리는 10년 만에 역전된다. 신흥시장인 한국에는 자칫 외국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금통위는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7월 한은 금통위 정기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 의해 증대되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장기간 지속된 완화기조로 인해 과도하게 급증한 부채가 고령화 대비에 더해 소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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