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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황을 집어넣지 않아도 샴페인을 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끊임없이 노력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풍성하고 조밀한 기포가 이산화황을 대신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15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드라피에 샴페인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사연이다. 유럽에서 샴페인의 대명사로 불리며 프랑스 대통령의 공식만찬 자리에 어김없이 올라오는 샴페인 드라피에의 오너 미셸 드라피에(사진·59)가 한국을 찾았다. 직접 만나 더 생생한 얘기를 들어봤다.
-정말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산화방지제로 사용되는 이산화황은 대부분의 와인에 들어가는 물질입니다. 그리고 자연발생으로도 생성되는 물질이죠. 따라서 굳이 내 가족들이 이산화황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넣을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드라피에 샴페인의 산화방지는 어떻게 하나요?
"모든 사이즈의 보틀을 생산하는 것으로 산화를 막고 있습니다. 샴페인에서 산화는 보틀에서 보틀로 옮겨 담을 때 공기와 부딪히며 일어납니다. 즉, 기본 사이즈인 750mℓ에서 발효·숙성된 샴페인을 개봉해 다른 사이즈로 옮겨 담는데 이 과정에서 산화작용이 일어나는 것이죠. 산화로 기포가 줄어들게 되고, 그러면 당연히 샴페인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고요. 그래서 우리는 아예 샴페인을 처음부터 각 사이즈대로 담아 데고르쥬멍(Degorgement, 병목에 모인 침전물을 빼내는 작업)과 도사쥬(Dosage, 침전물을 빼낸 뒤 와인과 당분을 추가하는 작업), 라벨링 작업을 합니다."
실제로 드라피에 샴페인은 200mℓ의 쿼터보틀부터 30ℓ의 멜기세덱까지 모든 사이즈를 생산하고 있는 유일한 샴페인 하우스다. 이산화황을 집어넣지 않으려다가 찾은 방법인데, 드라피에 샴페인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일일이 모든 샴페인을 병에 담아 관리하려면 힘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희 샴페인 하우스에서 연간 생산하는 샴페인이 170만병이에요. 다른 하우스에서 대량 생산하는 것에 비해선 많지 않죠. 하지만 각각의 병마다 하나씩 수작업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작업 양은 훨씬 많고, 각 보틀을 제작하는 비용 부담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드라피에 샴페인들은 모두 자연을 닮은 와인을 추구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보틀마다 발효·숙성시키는 작업을 지속할 것입니다."
-드라피에 샴페인은 숙취가 없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맞나요?
"이게 다 이산화황과 관련이 있는데요. 이산화황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산화황 섭취로 복통이나 두통 등의 반응을 일으키는데, 저희 하우스에서 만든 샴페인은 이산화황을 넣지 않기 때문에 숙취가 거의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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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피에 샴페인의 또 다른 특징은 친환경(Eco Champagne House)이라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샴페인을 만들때 유기농 기법으로 생산한 포도만 사용하죠. 순수하고 건강한 포도원에서 자란 포도에 테루아의 성격을 담아 자연 그대로의 샴페인을 만들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일례로 드라피에는 피노누아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하우스인데요. 1152년에 심었던 피노누아 품종을 아직도 사용하는 중이죠. 와이너리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60%가량을 태양열을 이용해 생산할 정도로 (하우스를)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어 깨끗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셸 드라피에가 고집하는 친환경적인 생산방식은 최근 샴페인 하우스 중 유일하게 '탄소발자국 0%'라는 기록을 거두기도 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The Drinks Business'에서 'Green Personality'에 선정돼 친환경 생산 방식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기도 했다.
-해저 숙성 샴페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해저 숙성을 하면 어떤 이점이 있나요?
샴페인을 보관함에 있어 3가지의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온도, 두번째는 빛, 세번째는 압력이죠. 바닷 속 온도는 약 10도로 유지가 돼 샴페인의 음용온도와 비슷하고요. 30m정도 깊이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빛이 전혀 투과하지 않아 어둡다는 점 역시 일반 지하 저장창고와 비슷한 점입니다. 해저 숙성시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압력 부분인데요. 바다에서 숙성을 하면 샴페인 병의 겉과 안의 압력이 거의 비슷하게 유지돼서 기포 자체가 더 섬세하게 용해될 수 있어요. 그야말로 '살아있는 버블'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아마도 까르뜨 도르(Carte d'Or)일 것입니다. 노란색 라벨로 유명한데요. 와이너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품종인 피노누아가 대부분 사용되고 있는 샴페인입니다. 이 품목을 테이스팅했던 파리의 소믈리에들이 까르뜨 도르에서 모과젤리의 느낌이 많이 느껴졌다고해 라벨 색상 역시 모과의 색과 같은 짙은 노란 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순수하고 과실향이 풍부하면서도 드라이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많이 선호하는 것 같아요."
드라피에 하우스에서 만드는 샴페인들은 도자쥬 과정에서 당분을 많이 추가하지 않기 때문에 맛이 단 편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다이어트에 민감한 여성들에게도 추천하기 좋은 샴페인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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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특별한 음식이나 이벤트를 위한 자리라면 드라피에 브뤼 나뛰르 제로 도자즈 상 수프르(Champagne Drappier, Brut Nature Zero Dosage Sans Souffre)를 추천하고 싶어요. 가장 드라이하고 도자쥬도 하지 않았으며, 이산화황마저 없어 모든 음식과의 매칭이 좋은 품목이면서 특히 아시안 푸드와도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순간 자체를 위한 것이라면, 혹은 소규모 인원과 즐기는 자리라면 그랑드 상드레(Grande Sendree)가 최고에요. 작황이 좋은 빈티지에만 생산되는 샴페인이기 때문에 특별한 순간을 위한 샴페인으로 제격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과 즐기는 파티라면 가장 대중적이고, 샴페인의 전형적인 블렌딩을 보여주는 까르뜨 도르(Carte d'Or)를 추천합니다. 특히 까르뜨 도르(Carte d'Or)는 사이즈도 매그넘, 더블 매그넘 등 큰 사이즈의 다양한 보틀도 만들기 대문에 많은 사람들과 가장 편하고 즐겁게 즐길 수
미셸 드라피에는 연말 파티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보통 연말이면 알프스 산에 올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는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샴페인으로 시작해 샴페인으로 끝나는 일과를 더욱 즐긴다고 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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