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부피를 줄이는 동시에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R&D) 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이로프로세싱 R&D 지속 여부를 결정할 위원회에 원자력 전문가가 배제되면서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발맞춰 개발 중단을 위한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 R&D 사업에 대한 객관적 전문가 검토를 실시하기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 7명으로 된 '사업재검토위원회'를 구성했다고 8일 밝혔다. 위원회의 사업 재검토 결과에 따라 2020년까지 계획된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에 대한 R&D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R&D 지속 여부는 내년 1월께 결정된다.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 연구개발은 1997년부터 추진되었으며 지금까지 총 6764억 원이 투입됐다.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에서 미처 핵분열을 하지 않은 플루토늄을 꺼내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이때 기존 원전이 아닌 소듐냉각고속로로 불리는 차세대 원전을 활용해야 한다. 연탄재에서 타지 않은 부분을 골라내 새 연탄을 만드는 것과 같다. 파이로프로세싱을 거치면 이론적으로 방사능은 1000분의 1로, 부피는 20분의 1로 줄어든다. 내년도 예산은 국회에서 406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전문가와 국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사업의 지속 추진 여부 및 방향을 재검토하여 관련 예산을 집행하라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가 약 20년 전부터 연구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해 경제성도 불투명할 뿐 아니라 현실 불가능한 기술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을 검토할 위원회는 물리·화학·기계·에너지·환경 등 기술적으로 인접한 연구 분야의 중립 성향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탈원전을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냐니는 지적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원자력 분야 인사를 위원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이해관계 충돌을 배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그 동안 제기된 이슈에 대해 발표된 논문 및 보고서 등 자료 검토와 더불어 찬반 의견청취, 전문가 의견수렴, 토론회 등을 가질 계획이다. 특히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검증에 활용한 자료를 공개해 찬반 양측이 언제든 확인이 가능하도록 근거를 객관적으로 검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위원회는 최종 종합 검토의견을 도출해 내년 1월 중 과기정통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을 연구하고 있는 송기찬 원자력연구원 핵연료주기기술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고 국토 면적이 작은 만큼 사용후핵연료의 부피를 줄이는 것은 시급한 일"이라며 "직접 처분하는 연구 외에 파이로프로세싱은 대안적인 분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