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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패션연구소가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매장의 예로 꼽은 서울 한남동 구호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제공 = 삼성물산 패션부문] |
"유형의 상품보다 감성·서비스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은 내년 더 확대될 것이며, 이에 부응해 차별화된 가치를 내놓지 못하는 브랜드는 밀려날 것이다:"
올해 패션업계에서 두드러진 주요 흐름, 내년 시장 전망에 대해 삼성패션연구소가 정리한 분석 결과다. 삼성패션연구소는 21일 지난해 패션시장 주요 이슈 등을 분석, 키워드 형식으로 정리한 '2017년 패션 산업 10대 이슈'와 '2018년 패션 시장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우선 올해 패션업계가 정치·경제적 요인에 발목을 잡혀 '고군분투'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주요 패션기업이 매출 부진과 영업이익률 하락을 겪는 등 실적 부진에 휘말렸으며, 백화점 내 패션 매출은 2012년 78.6%에서 2017년 3분기 70%선까지 낮아지는 등 전통적 판매 채널이 약화됐다.
백화점 외 복합쇼핑몰 역시 패션 매장 비중을 줄인 반면, 온라인 패션시장은 지난해 대비 약 20% 가까운 급속 성장을 이뤘다. 올해 10월까지의 누적 시장규모만 9조3000억원대에 이른다. 이에 각 패션업체는 자사 온라인몰 리뉴얼, 모바일로의 패러다임 전환, 온·오프라인 연결, T커머스 등 다양한 혁신 시도를 꾀했다.
실제 올해는 블로그·인스타그램을 통해 운영되는 SNS마켓이 1020세대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 해였다. 연구소는 "성수동이나 서촌 등 골목상권에서 인플루언서들이 진행하는 땅굴마켓·써티마켓 등 프리마켓이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마이크로 브랜드들이 나타나 유통가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나만의 라이프스타일' 중시 풍조가 확산됐다. 심리적인 안정과 휴식을 위한 나만의 공간을 찾으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패션계에서는 잠옷 등 주로 집에서 입는 아이템이 각광받았다. 또한 각자의 세분화된 취향에 맞는 소소한 소비, 일명 '탕진잼'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신규 오픈하는 복합쇼핑몰을 중심으로 패션보다 체험형 콘텐츠 확대에 집중하는 기류가 나타났다. 패션 브랜드에서도 각종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활용,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과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매장을 속속 선보였다. 매장 내에 고급 티(Tea) 용품, 가구 등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동시 비치해 패션 콘텐츠 확장을 노렸다.
소비자들의 취향 세분화로 유난히 히트 상품이 없었던 한 해였지만, 연말이 다가오면서 롱패딩이 큰 인기를 끌었다. 불황형 소비에 걸맞은 확실한 가성비, 희소성, 화제성 등 요인이 취향 세분화를 누를 만큼 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나치게 딱딱한 '포멀(정장) 코드'가 완화돼, 남녀 모두에게 실용적인 데다 다양한 패션에서 활용 가능한 '매너 슈트(Manners Suit)’가 등장했다. 전통(헤리티지) 기반 스트리트 무드가 인기를 끌며,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이 손잡는 등 각자의 약점을 협업으로 메우는 시도도 확산됐다.
삼성패션연구소는 내년 국내 경제에 대해선 낙관적으로 전망했지만, 소비자들이 유형 상품을 떠나 감성·서비스 재화를 중시하는 '상품 이탈' 경향은 가속화될 것으로 봤다. 소비 여정·장소 등 감성적 경험으로 소비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이를 만족시킬 만한 차별화된 가치를 내세우지 못하는 상품·브랜드는 사장될 것이란 경고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패션 기업이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 집을 비롯한 개인 공간, 유통 시설이나 골목상권 등 공적 공간을 '소비자와 상호 교류하는 플랫폼'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소비자들의 커뮤니케이션 눈높이 자체가 달라진 만큼, 소비자와 기업·브랜드 간 관계에서 '상호 연결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삼성패션연구소 그룹장은 "2018년 키워드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브랜드 등 모든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는 이른바 '하이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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