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전 세계 어린이들은 선물 꾸러미를 가득 싣고 올 산타클로스를 손꼽아 기다린다. 12월 24일 밤마다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탄 할아버지의 모습을 설레는 기분으로 떠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두 눈으로 그를 볼 수 없기에 산타클로스란 존재를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는 어린이들의 어려운 숙제다. 마음속 의심을 누르고 동심을 지키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산타클로스가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불과한 것일까.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산타가 선물을 줘야 할 어린이는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7800만명, 9180만 가구 정도다. 세계 18세 이하의 20억 인구 가운데 불교, 힌두교, 유대교 등 종교적 이유로 산타를 믿지 않을 법한 이들을 제외한 뒤 나머지가 모두 '착한 어린이'라고 가정할 때다. 지구 자전의 반대 방향으로 달리면서 24시간의 절대 시간이 아닌 31시간의 상대 시간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1초당 822.6가구를 방문해야만 크리스마스이브 하룻밤에 선물 배달을 모두 마칠 수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썰매는 초당 1050㎞를 달려야 한다. 이는 빛의 속도의 0.35%, 소리 속도의 3000배에 달하는 빠르기다.
계산법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산타의 속도가 음속보다 수십배에서 수천배 빠르기 때문에 산타와 루돌프 사슴이 공기 저항으로 타버리고 말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전히 1초에 30만km를 움직이는 빛보다는 느리기에 '어떤 물체도 빛보다 빠르게 달릴 수는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는 어긋나지 않는다. 소리보다 빨리 날아가는 산타를 눈으로 보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물리학적으로는 가능한 얘기라는 의미다. '산타의 진실(The Truth About Santa)'이라는 책을 낸 미국 과학저술가 그레고리 몬은 "물리학, 생물학, 재료과학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는 산타의 능력이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주로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이용해 산타클로스의 각종 능력을 설명한다. 영국 워릭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 조지 니 박사는 어떻게 뚱뚱한 산타가 얇은 굴뚝을 통과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고전 물리학으로는 이해되지 않지만 양자역학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며 "양자의 세계에서는 산타 몸의 원자들이 불확실한 위치를 갖고 때때로 액체처럼 흐르면서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고전 역학에서는 통과가 불가능한 굴뚝도 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시공간에 대한 통제가 가능해질 경우 많은 의문이 풀린다. 실제로 산타가 선물을 배달하는 작업에는 6개월 정도가 걸리지만 시공간의 왜곡이 일어난다면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산타가 시간을 고무줄처럼 늘리고, 공간을 찌그러뜨린다는 능력이 있다면 설명이 된다. 이게 가능하려면 특수상대성 이론의 시간팽창(Time Diliation) 이론을 적용해야 한다. 시간팽창 이론은 서로 다른 두 물체가 상대적 시간기준계를 가졌다는 기준 하에 더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이 다른 물체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느리게 관측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 때문에 산타클로스의 신체 시간은 보통 사람보다 느려진다.
산타는 첨단기술의 도움도 빌려야 한다. 선물을 가득 실은 썰매의 경우, 선물 하나의 무게가 1㎏ 미만, 평균 0.9㎏으로 가정했을 때, 32만톤에 달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기계항공공학자 래리 실버버그 교수는 썰매가 이 같은 중량을 싣고도 날아가고, 동시에 강한 공기저항을 견디려면 최신 기술의 집약체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가볍고 튼튼해 항공기 부품으로 쓰이고 있는 티타늄합금 소재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썰매 뼈대가 '다공성 나노구조 외피'로 덮여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멍마다 작은 소용돌이가 생기면서 썰매 전체가 받는 큰 소용돌이(공기저항)를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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