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아닌 정자은행에서 받은 정자를 통해 낳은 아기에게 나중에 '사실을 알리겠다'는 응답률이 13년새 10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 사회도 비(非)배우자의 인공수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10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박남철 교수팀이 2016년 10∼11월 산부인과를 방문한 서울 등 전국의 난임부부 247명에 대해 1대1 면접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결과(정자 기증과 비배우자 인공수정에 대한 난임 부부 인식조사)는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의학적으로 배우자의 정자론 임신이 불가능할 경우 '아이없이 지내겠다'는 응답률이 51%(126명)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입양 하겠다'(14.6%), '정자은행을 통해 비배우자 인공수정으로 임신을 시도하겠다'(4.9%) 순이었다.
난임부부 10명중 8명은 난임 치료 목적의 정자은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비배우자 인공수정이 필요한 난임 부부를 위해 자신이나 지인에게 자발적 정자기증을 권유하겠다는 응답률은 21.5%에 그쳤다.
박 교수팀은 논문에서 "(정자은행을 통한 비배우자 인공수정에 대한 선호도가 입양보다 낮은 것은) 정자은행에 대한 불신이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며 "정자 기증에 대해서도 난임부부 10명 중 2명만이 긍정적으로 인식해 향후 정자 기증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과 함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비배우자 인공수정에 대한 정보를 의사로부터 가장 많이 얻었으나(2003년 37.5%, 2014년 39.5%) 이번 연구(2016년)에서는 TV·라디오 등 대중 매체를 접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49.6%).
이번 연구에 참여한 난임부부의 66.8%는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로 '완전한 가족을 형성하기 위해서'를 꼽았다. 비배우자 인공수정의 최대 불안 요인은 '기증 정자의 안전성'(24.0%)이었다. '타인의 시선'(12.7%), '외모를 닮지 않을 가능성'(10.3%), '비밀 보장'(7.4%), '혈액형의 불일치'(2%) 등도 신경쓰이는 대목으로 지적됐다.
비배우자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기가 자란 후 '사실을 아이에게 알리겠다'는 응답률은 과거 연구에선 10%가 되지 않았지만(2003년 4.0%, 2014년 9.0%), 이번 연구에선 42.8%로 급증해 비배우자 인공수정에 대한 대중의 의식 변화를 보여줬다.
한편 국내에서 동결 정자를 이용한 비배우자 인공수정은 1983년 고려대 의대에서 최초로 시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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