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까지의 수주 부진 여파로 인한 실적 보릿고개만 넘으면 회복할 수 있다며 자구안 이행과 신규 수주에 주력하던 조선업계가 노사갈등 재점화라는 악재를 맞게 됐다.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인력구조 슬림화에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조선업계 안팎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했다. 산은이 전날 자정으로 시한을 정해준 회사의 자구계획서와 이에 동의한다는 노조의 확약서의 제출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STX노사는 이날 새벽 가까스로 생산직 인건비를 75% 가량 줄이는 방향의 자구안에 합의했지만, 시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산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STX조선 노조는 이날 중으로 노조원들의 동의 절차를 거쳐 확약서를 산은에 제출할 예정이다. 산은도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까지 제출된 자구계획서와 노조확약서를 검토해 최종 처리방안을 결정하겠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하지만 이날 새벽 STX조선 노사가 시한을 넘기자마자 산은이 법정관리행을 발표한 것을 두고 조선업계에서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구 의지가 명확하지 않은 회사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금융당국의 분명한 의지로 해석돼서다.
앞서 산은은 1년여 전에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유동성 지원을 결정하기 전 대우조선 노조에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자구안에 따를 것을 약속하는 '무분규 확약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대우조선 노조는 시한에 맞춰 확약서를 제출했고, 회사는 2조9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 받았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확정된 뒤 연차가 낮은 대우조선 직원들의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자 갈등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지난해 11월 대우조선 노조는 임단협 협상과정에서 최저임금 산입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성과급·상여금을 쪼개 매달 지급하도록 하는 대신 실적 개선을 반영해 임금을 올려달라며 파업에 나섰다. 하지만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파업을 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뒤 임단협 합의안을 확정했다.
조선업계 맏형인 현대중공업도 2년치 임단협을 타결한지 두달만에 다시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최근 회사 측이 일감 부족을 이유로 희망퇴직을 다시 추진하면서다. 이달 초 회사 측이 희망퇴직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한 노조 측은 곧바로 텐트농성과 상경투쟁을 이어갔다. 특히 노조는 회사 측의 희망퇴직 추진이 지난 2월 확정한 임단협 합의안에 포함된 '고용안정을 위해 양측이 노력한다'는 내용을 어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희망퇴직 실시 계획이 잡혀 있다. 회사의 인력 규모를 최대 40% 가량 줄이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자구안을 지키기 위해서다. 또 보통 매년 5~6월께 시작되는 임금협상에서 올해는 지난 2016년분부터 3년치를 한꺼번에 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국내 조선 빅3은 지난해 4분기 나란히 몇천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겪었던 수주 부진의 영향으로 일감이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고정비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철강재 가격도 올라 조선업체들의 수익성을 더욱 짓눌렀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선박 발주시장이 살아나고 유가도 회복되면서 최근에는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주 소식을 심심찮게 전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실제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 1분기 26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선박의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무게 단위)의 일감을 따내 중국을 제치고 수주량 1위에 올랐다.
조선업체들은 선박을 수주한 뒤 1년여동안 설계와 자재 구매 등을 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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