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홈플러스 동대문점에서 만난 김성훈(사진) 몰리빙팀 과장은 흥분된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오는 9월 1일 동대문점 풋살경기장에서 열리는 지역 클럽 대회를 앞두고 그는 더더욱 그랬다. 잔디구장 상태 등을 미리 체크하며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날 선수만 320명, 해당 선수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700명을 웃도는 사람들이 홈플러스 동대문점 옥상 경기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2년전 서수원점 옥상에 처음 풋살경기장을 열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의아해했다. '대형마트에 웬 축구장?', '옥상에서 축구를 한다고?' 이런 분위기였다. 그러나 김 과장은 꿋꿋이 할 일을 했다. 어차피 놀고 있는 땅에 무엇이든 해보자는 생각이 컸다.
"내부적으로 큰 반대는 없었어요. 기존에도 옥상에 테니스장이나 서바이벌 게임장 등 유휴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시도는 해왔으니까요. 하지만 처음하는 사업이다보니 다들 긴가민가하기는 했죠."
옥상은 관리가 안되면 가장 빨리 닳아지는 곳이기도 하다. 김 과장이 속한 몰리빙팀은 바로 이같은 대형마트 내 빈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일을 한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 바이어라고 하면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상품을 매입하고 관리하는 일만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마트 내 브랜드숍 임대 사업도 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브랜드를 제안하는 일 역시 바이어가 하는 일 중 하나죠. 직접 손님을 대면하는 일은 아니지만 브랜드숍 관리를 통해 손님을 맞이하는 거에요."
생활문화와 스포츠 관련 바이어 일을 오랫동안 해 온 김 과장에게 몰리빙팀에서 일하며 풋살 경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5~9세까지의 유소년 축구 클럽에서 이용하는 풋살 경기장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축구를 하는 아이들 옆에는 항상 그들의 부모로 북적이는데, 이들이 바로 대형마트의 주 고객층인 3040 주부 고객과 딱 일치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이 다 그렇겠지만, 요즘 대형마트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오게하고, 또 오래 머무르게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럴 때 아이들 축구 경기를 옥상에서 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경기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도심에서 그것도 안전하게 축구를 할 수 있고, 응원하러 오는 엄마, 아빠들도 편리하죠. 음식은 마트에서 손쉽게 해결하고, 주차도 편리하고요."
'물 만난 고기' 마냥 양사는 서로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시너지를 냈다. 2년여만에 전국 13개 점포 옥상에 풋살 경기장이 설치 됐고, 경기장마다 2~3개월치 예약은 모두 완료된 상태다. 특히 대형마트와 중소기업 간 '상생'의 사례로도 종종 거론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브랜드숍을 찾는 저희들끼리 하는 얘기가 있어요. 타율 3할 정도면 잘 한거라고요. 시장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숍도 막상 마트 내 입점하면 인기가 없기도 하고요. 입점해서 꾸준히 매출을 내는 것 역시 중요하고요.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 안정적인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숍은 굳이 마트 안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서로의 필요가 맞아 떨어지는 브랜드숍을 찾기가 정말 어려운거죠. 그런 점에서 HM스포츠와는 (서로의 필요성이) 잘 맞아 떨어졌어요. 입점 제안을 한 저로서는 뿌듯할 수밖에요."
홈플러스는 풋살 경기장의 '낙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옥상에 풋살 경기장을 설치한 후 방문객 수는 평균적으로 약 1.5%, 매출은 8% 가량 신장했기 때문이다. 최근 아시안게임 축구 시작 이후(8월 15~21일까지)에는 동대문점의 경우 몰 매출은 42%, 방문객수는 50%가 늘었을 정도다.
"자녀 경기를 응원하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먹을 것을 사고, 쇼핑까지 해결하는 것 같아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침 일찍 옥상을 오픈해 두는데 카트를 끌고 미리 기다리다가 마트 문을
야간에도 환히 밝혀주는 조명과 안전한 경기장 시설을 갖춘 풋살 경기장은 대형마트 옥상의 멋진 변신 사례로 손색이 없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