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가 지난해 11월 고혈압 진단 기준을 기존 140/90mmHg 이상에서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한 가이드라인을 한국에 적용해보니 고혈압 유병률이 30%에서 약 50%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 혈압으로 조절되는 고혈압 환자 비율도 기존 60%에서 16%로 뚝 떨어졌다.
이처럼 고혈압 진단기준의 강화로 고혈압 환자가 크게 늘어나자 일각에서 미국 심장학회와 협회가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의 농간에 놀아나는 게 아닌가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미국에서 발표된 새로운 고혈압 진단 가이드라인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먼저,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된다는 점, 그리고 기존의 목표혈압인 140/90mmHg 이하도 달성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고혈압 기준이 강화되면서 사회적인 부담이 보다 커질 것이라는 점이 주된 논란의 대상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올해 5월 18일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140/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고혈압 진단 기준을 국내 환자에게 적용한 분석 결과가 발표되어 주목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팀은 2013~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30세 이상의 성인 1만 5784명의 데이터를 분석, 미국 가이드라인(고혈압 진단 기준 130/80mmHg 이상)을 국내에 적용했을 때 한국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기존 30.4%에서 49.2%로 크게 증가했다고 2일 밝혔다.
또한 목표혈압으로 조절되는 고혈압 환자의 비율도 줄었는데, 기존 목표혈압인 140/90mmHg 이하로 조절할 때는 고혈압 조절율이 59.5%였던 반면 새로운 목표혈압인 130/80mmHg에서는 16.1%로 나타나 크게 감소된 경향을 보였다.
고혈압이 중증이거나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진행돼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비율은 29.4%에서 35.3%로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고혈압 유병률은 약 19% 증가하지만 그 중에서 6%의 환자만이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나머지 13%는 '고혈압으로 분류되지만 약물치료가 아닌, 건강한 생활습관이 권고되는 사람'에 해당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강시혁 교수는 "미국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고혈압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고 식습관 및 운동을 통한 예방과 비약물적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혈압은 심뇌혈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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