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빠른 성장성과 차별화된 기술력에 승부를 걸었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와 인도 전자상거래업체 스냅딜, 핀란드 게임업체 슈퍼셀 등 남다른 투자 혜안으로 유명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쿠팡에 또 투자한 이유다.
이커머스 기업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약 2조2570억원) 투자를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단일 투자로는 국내 인터넷 기업 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기업가치만 10조원대로 평가받은 셈이다. ▶11월20일자 A1면 보도
쿠팡은 지난 2015년 6월 소프트뱅크그룹에서 10억달러를 투자받은 적 있고, 이전 2014년 실리콘밸리의 간판 벤처캐피탈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1억달러,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으로부터 3억달러 등 해외에서만 34억달러 이상 투자받았다.
손정의 회장은 "김범석 대표가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시장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며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과 손잡아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쿠팡의 최대 주주에 올라 인수 합병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현재 의결권은 여전히 쿠팡 창업자 김범석 대표가 가장 많다.
2010년 출발한 쿠팡은 국내 최대 이커머스기업으로 올해 매출 5조원을 바라본다. 지난 2014년 매출은 3485억원에 불과했으나 2015년 1조1338억원, 지난해 2조6814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5조원 매출이 기대된다. 4년 만에 14배가 급팽창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적자 6388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위기에 처했다가 잇단 자금수혈로 한숨 돌린 상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세계 5위 규모로 올해 1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거대한 중국 시장을 배경으로 둔 알리바바에 투자해 8조원 이상 벌어들였던 손 회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인구 밀도가 높아 사업 효율성을 끌어올릴 가능성과 높은 온라인쇼핑 비중의 급성장이 거론된다. 국내 전통 유통대기업인 롯데와 신세계도 각각 3조원 투자, 1조원 투자유치를 발표하며 격전을 준비중이다.
김범석 대표는 "그동안 고객의 삶을 획기적으로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혁신을 위해 쉼없이 달려왔다"며 "우리는 소프트뱅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데이터와 물류, 페이먼트(지급결제) 플랫폼을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다음날 배송되는 로켓배송 물량이 하루에 약 100만 상자에 달하자 발빠르게 대응하고자 물류센터 투자부터 천명했다. 현재 쿠팡의 물류센터 규모는 연면적이 축구장 151개 넓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물류센터 규모를 내년에 2배 이상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대구시에서 첨단물류센터를 추진하고, 전기 화물차 배송도 먼저 도입한다. 쿠팡의 자체 배송량이 국내 택배업체와 비교해 국내 2위 수준으로 알려졌다.
쿠팡에 따르면 현재 1억2000만종의 상품을 판매중이며 그 중 400만종이 로켓배송된다. 올해 9월 누적 로켓배송이 10억개를 넘어섰다. 쿠팡 모바일앱을 설치한 인구만 3000만명에 달할 정도다.
최근 쿠팡은 유료회원제 서비스 '로켓와우'를 시작해 불과 일주일 만에 15만명 가입자를 확보해 화제를 모았다. 월 2900원을 내는 유료회원제 서비스를 통해 수도권지역에서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이전에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와 연동해 시작했다. 쿠팡 측은 "조만간 유료서비스 가입자수가 100만명에 도달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쿠팡은 당일배송에도 도전한다. 정오까지 주문하면 당일 중 배송이 완료되는 회원제 서비스를 일부 지역에서 시험 중이고, 곧 전국 절반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식음료 사전주문 서비스 '쿠팡이츠'도 시작했다. 앱에서 고객이 음료와 음식 등을 미리 주문하고 결제하면 매장에서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로 현재 쿠팡 본사가 있는 서울 잠실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그동안 자체 배송인력(쿠팡맨)을 직접 채용하는 방식으로 지난 2015년 5500명이던 직간접 고용인원도 현재 2만4000명 수준까지 늘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배송업무를 맡는 '쿠팡 플렉스'도 시행 두달 만에 지원자 10만여명이 몰렸을 정도다.
쿠팡은 서울은 물론 미국 실리콘밸리, 시애틀과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이 연구개발 센터를 두고 개발자 비중을 40%까지 늘렸다. 자체기술로 설계한 머신러닝을 활용한 상품추천 기능, 빅데이터 검색 기능, 유사 상품을 한꺼번에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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