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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좌)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사진 제공 = 각사] |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상처를 극복 중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변화를 주문한 반면 13년 연속 성장을 이어간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내실 경영을 다짐했다.
2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서경배 회장은 이날 오전 용산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변화는 새로운 혁신을 해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두려워하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모든 변화를 즐겨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서 회장은 "K-뷰티의 유행을 넘어서는 근본적으로 한 차원 높은 목표인 아시안 뷰티를 창조하고 전파하는 일에 모든 의지와 역량을 집중하자"며 해외 진출국을 현재 30개에서 5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아울러 서 회장은 "오늘날 화장품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디지털과 모바일"이라고 강조하고 4차 산업혁명과 밀레니얼, Z세대 등 시대와 고객 변화에 대응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는 부진한 실적에 따른 유연한 대처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연결기준)은 533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6.9% 감소했다. 매출액도 4조6805억원으로 0.1% 줄어들었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 성장률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서 회장의 주문에 발맞춰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과 디지털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호주와 필리핀, 중동 시장에 진출하면서 중국 사업 의존도를 낮췄다. 또 올해부터 '이니스프리' 직영몰 주문시 '마이숍'을 지정해 가맹점에게 수익을 나눠주는 등 온라인 사업 확대에 나섰다.
반면 올해 차석용 부회장의 신년사 키워드는 '내실'이었다. 매년 스토리있는 신년사를 발표하는 차 부회장은 올해는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 이야기를 꺼냈다. 전투 중에도 새끼를 부화하는 오리를 위해 10여일 동안 작전을 유보한 주원장에게 감동한 적의 장수가 투항을 한 이야기다.
차 부회장은 "그동안 매출이 몇 배가 뛰었다든지, 수익이 얼마나 좋아졌다든지 하는 화려한 실적의 그늘에서 주원장의 오리 이야기를 되새겨본다"며 "눈앞의 이익이나 당장 손에 쥐어지는 먹잇감보다 신뢰와 원칙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다소 차분한 주문을 했다.
실제 LG생활건강 실적은 승승장구다. LG생활건강은 차 부회장이 사장으로 취임한 2005년 이후 13년째 최대 실적을 매년 경신하고 있다. 2016년 매출은 6조2705억원으로 2005년(1조121억원)보다 6배 가량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6조6000억원대로 전망된다.
차 부회장은 "회사가 성장해 사업규모와 범위가 크게 확대돼 관리해야 할 영역과 업무가 날로 복잡해진다"며 일하는 방식의 혁신도 주문했다. 또 "그동안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세세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평소에도 서경배 회장은 역동성을, 차석용 부회장은 단단함을 추구하는 성격"이라며 "현재 회사가 겪고있는 상황에 맞는 주문에 개인 성향이 잘 더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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