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EU(유럽연합) 간 자유무역협정(FTA) 분쟁해결절차가 21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0년 10월 한·EU FTA를 체결한 한국이 FTA에서 약속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EU가 지난달 17일 이른바 '정부 간 협의'를 요청한 데 따른 첫 논의다.
21일 서울에서 열린 정부 간 비공개협의에서 미카엘 라이터러 주한EU대표부 대사가 "한국 정부가 자유무역협정에 포함된 노동권에 관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취한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며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노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고용노동부는 전했다. 한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대환 고용노동부 국제정책관은 ILO 핵심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한국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EU 집행위원회 대표단에 전달했다. EU 집행위원회는 EU의 행정부 격이다. EU 집행위 대표단에서는 마들린 튀닝가 EU 집행위 통상총국 과장 등이 참석했다.
교역상대국이 FTA에서 ILO 핵심협약비준을 요구하는 이유는 인도주의적 측면과 더불어 상대국의 저임금·과잉근로로 교역조건이 유리해지는 데 대한 견제 차원이다. 정부 간 협의가 무산되면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라는 별도 위원회가 소집되고, 이 위원회에서도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경우 전문가 패널이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낸다. 이후 전문가 패널의 권고를 점검하는 위원회의 절차가 이어진다. 한국이 권고를 따르지 않더라도 특혜관세 철폐나 금전적 배상의무 등 경제적 제재가 부과되진 않는다. 하지만 한·EU 간 무역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한국이 '노동 후진국' 오명을 쓸 수 있다.
EU 집행위 대표단은 2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한국노총, 민주노총, 한국경총, 대한상의 등 노동계, 재계와 별도 간담회를 열고 ILO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싼 쟁점을 논의한다. 한·EU FTA의 '무역과 지속발전가능' 장(章)은 양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FTA 체결 협상 당시 EU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마무리된 상태였다. 하지만 한국은 핵심협약 8개 중 4개(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와 제98호 협약,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와 제105호 협약)를 비준하지 않은 상태여서 한국 정부가 당시 FTA
문재인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국정과제로 내걸었고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작년 7월 발족해 ILO 핵심협약 비준과 국내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 착수한 상태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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