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가 29일 긴급회의를 개최하면서 경영참여형(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대해 반대 의견이 많았던 1차 회의 결과가 뒤집히는 것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당초 계획에 없던 회의인데다 정부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이에 발맞춰 다음달 초 열리는 기금위 회의에서 기존 입장을 바꾸기 전에 부담을 덜려는 것 아니냔 지적이다.
29일 국민연금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탁자책임위는 이날 비공개로 긴급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와 방식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 23일 첫 회의가 열린지 약 일주일 만이다.
이달 23일 열린 회의에서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와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한진칼에 대해서는 반대 5표, 찬성 4표로 과반수가 넘었고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반대 7표, 찬성 2표로 반대 의견이 3배 이상 많았다.
하지만 이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언급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스튜어드십코드란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집사)처럼 국민의 자산을 맡아 관리하는 만큼 투자한 기업에 대해 이사 선임 등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 행위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발언을 두고 기업의 경영자율성을 침해하는 '연금 사회주의' 우려가 나오자 청와대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에 대해서는 수탁위 논의 결과를 참고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논의·결정할 사항"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연금 기금위가 금융위원회에 단기매매차익 반환 예외 적용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1차 회의 결과와 달리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할 경우 6개월 이내의 주식 매매 단기차익을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게 제출 받은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전문위원회 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반환해야 할 차익은 489억원에 달한다. 수탁위 1차 회의에서도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에 대한 수익성 상실을 우려해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차익 반환에 대한 유권 해석은 금융당국이 결정한다. 금융위는 이날 현 규정상 국민연금에 대한 단기매매차익 반환 예외 적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참여를 결정할 경우 대한항공은 단기매매차익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위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위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와 방식을 3월 주주총회 전인 다음달께 결정
기금위는 다음달 1일 회의를 열고 최종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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