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플레이 변화. [사진제공 = LG·삼성전자] |
고화질, 대형화는 물론 벽 전체가 화면이 되거나 화면을 둥글게 말았다 펴는 시대가 왔다. 이제 TV는 단순 거실공간을 차지하던 '가전제품'의 경계를 넘어 기술력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 세기 평정한 브라운관…LCD로 세대 교체
1954년 7월 30일. 대한민국 땅에 TV가 최초로 등장했다. 물론 삼성·LG전자 제품이 아닌 미국 RCA의 CRT TV였다.
국내 최초 CRT TV는 1966년 LG전자(당시 금성사)에서 나왔다. LG전자는 1960년대 초부터 CRT TV 개발에 착수, 1966년 8월 1일 국내 최초의 흑백 CRT TV(VD-191) 생산에 성공했다.
CRT는 음극선관을 말한다. 우리에게는 '브라운관'로 더 알려져 있다. 1897년 개발된 CRT는 TV와 컴퓨터 모니터에 사용되면서 한 세기 이상 대표적인 화면 표시장치로 쓰였다.
원리는 간단하다. 전자총에서 음극 전자를 발사해 형광물질이 칠해진 유리면을 비추면 빛이 나는 것을 이용한다. 때문에 항상 일정 두께가 필요했다. 속칭 '배불뚝이'이라고도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브라운관을 밀어낸 것은 2000년대 액정표시장치(LCD)였다. 이때는 평판 TV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LCD는 뒤쪽에 위치한 백라이트(후방조명)가 빛을 가한다. 그 빛은 각각의 액정을 통과해 각기 다른 패턴으로 굴절되면서 화면을 구성한다.
LCD패널이 공급되면서 기존 TV 크기는 획기적으로 줄었다. CRT에 비해 제품 소형화는 절대적으로 유리해졌다. 하지만 LCD는 액정 자체가 빛을 내지 못해 백라이트가 반드시 필요해 초박형 디자인 구현은 불가능했다.
비슷한 시기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도 등장했다. PDP는 플라즈마 소자를 이용해 빛을 내는 발광형 방식이다. 두 장의 유리기판 사이에 고전압을 주고 플라즈마를 형성시켜 화면을 구성하는 원리다.
한때 PDP는 LCD와 시장을 양분하기도 했지만 고질적인 발열문제 등 기술력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크게 흥하지 못했다. PDP에 비해 소비전력이 적고 컬러 화면도 구현할 수 있는 LCD가 본격 생산되면서 PDP 쓰임새는 줄어들었다.
이후 LCD에서 백라이트만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한 LED TV도 등장했다. 사실 LCD와 LED를 구분하는 건 의미 없다. 광원이 냉음극 형광램프(CCFL)이냐 LED이냐 차이일 뿐이다. 즉, LED 백라이트 LCD TV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겠다.
◆자발광 OLED로 진화…QLED와 경쟁구도 형성
기술발전이 이뤄지면서 TV시장은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방식으로 넘어갔다.
OLED는 전기가 흐르면 유기 물질이 자발광해 백라이트가 필요없다. 반응속도도 LCD보다 1000배 이상 빠르다. 제품 두께는 더욱 얇게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유리처럼 투명하면서도 휘어질 수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롤러블TV 구현이 가능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2012년 처음 OLED TV를 공개하고 2013년 본격 판매에 나선 LG전자는 글로벌 OLED TV 시장에서 6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로 맞섰다. Q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퀀텀닷 소자로 원하는 색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2017년 처음 선보인 QLED TV는 퀀텀닷성능향상필름(QDEF)을 LCD 패널과 백라이트 중간에 덧댄 구조다. 당시 이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엄연히 말해 퀀텀닷 소재 필름을 입히고, LED를 백라이트로 쓰는 LCD TV에 불과하다는 지적에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처음 QLED 개념이 나왔을 때 자발광을 목표로 나와 약속된 표준처럼 보이지만 아직 산업적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며 "퀀텀닷 기술이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QLED라고 붙여 소비자들에게 그 기술을 브랜드화해 사용하는 게 좋겠다는 전문가 의견을 받아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퀀텀닷 기반의 디스플레이를 일컬어 QLED라고 부르고 있으며 업계에서도 소비자 이해와 인지도를 돕기 위해 퀀텀닷이라는 기술 명칭 대신 QLED로 사용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 LG전자 롤러블 OLED TV(왼쪽)와 삼성전자 75형 마이크로 LED. [사진제공 = LG·삼성전자] |
LG전자와 삼성전자의 TV 전략은 OLED와 QLED로 노선이 명확히 갈렸다. 이런 가운데 현재 양사의 구체적인 TV 사업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LG전자는 'OLED 올인'이다. LG전자는 명암비 등에서 LCD보다 뛰어난 OLED가 프리미엄 TV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고 OLED TV 올인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LG전자는 CES 2019에서 88인치 8K OLED TV와 롤러블 OLED TV를 공개하며 주목 받기도 했다.
특히 롤러블 TV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이 제품은 사용자가 시청할 때에는 화면을 펼쳐주고 시청하지 않을 때에는 본체 속으로 화면을 말아 넣을 수 있는 새로운 TV 폼팩터(형태)다. 롤러블TV는 화면이 말리고 펴지는 동안에도 OLED 화질을 유지한다. 이 제품은 비디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CES 혁신상'을 수상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LG전자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롤러블, 8K 등 차별화된 OLED 제품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경쟁 지위를 지속 강화할 것"이라며 "올해 10.5세대 팹에서 OLED 패널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중량적으로 전체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QLED 8K와 마이크로 LED 투트랙 전략을 유지한다. 이를 통해 초고화질·대화면 TV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공개된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75형은 화면 크기가 작아질수록 소자 크기와 간격도 작아지기 때문에 기존 146형 '더 월(The Wall)' 대비 4배 이상의 집적도를 구현한다. 또 기존 대비 약 15배 작아진 초소형 LED 소자가 촘촘하게 배열돼 세밀한 화질을 제공한다. 이는 실내 한 벽면 전체를 TV 화면으로 설치할 수 있게 한다.
QLED 8K는 퀀텀닷 기술에 8K 해상도를 접목한 제품으로 8K(7680x4320)는 풀 HD(1920×1080) 대비 16배, 4K(3840×2160)대비 4배 더 많은 화소를 적용해 대화면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 삼성전자 QLED TV의 최상위 라인업으로 프리미엄 TV시장의 판도를 바꿔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사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QLED 8K는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에, 마이크로 LED는 B2B(기업 간 거래)로 집중한다"며 "다만 향후에는 하나의 시장으로 합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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