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내용의 본계약이 8일 체결됐다. 세계 1·2위 조선소가 합쳐지면서 압도적인 글로벌 1위 조선사 탄생 작업이 본격 시작됐다. 다만 노조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센 데다 각국의 독과점 심사도 난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 국내 조선산업, '1대-1중' 재편으로 출혈경쟁 멈출까
현대중공업그룹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의 지분을 받고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해 세우는 조선통합지주회사(가칭 한국조선해양)는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문,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 등 4개 조선사를 거느린 압도적 글로벌 1위 조선사가 된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주잔량은 1114만5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선박의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무게 단위)다. 여기에 2위인 대우조선의 584만4000CGT를 합치면 1698만9000CGT의 일감을 갖게 된다. 세계 조선업계의 수주잔량 전체의 21.2%로 3위인 일본 이마바리조선소의 525만3000CGT의 3배가 넘는다.
특히 고부가 선종으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경우 작년 글로벌 발주량 69척 중 현대중공업이 29척, 대우조선이 18척을 수주해 전체의 68%를 가져갔다.
이외 대우조선이 쇄빙선,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방산 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해양 군수물자인 함정, 잠수함 등을 생산하고 있어 방위사업법상 주요 방산업체로 분류된다.
국내 조선업계는 기존 빅3 체제에서 '1대 1중' 체제로 바뀐다. 1중이 되는 삼성중공업도 선박 주수 시장에서 출혈 경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과 일본, 유럽 조선사들은 인수합병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이날 본계약 서명 직후 공동발표문을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는)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산업인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계약 성사되려면 노조 반발·기업결합심사 넘어야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노조·지역사회의 반발과 각국의 기업결합심사를 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선박 발주 시장에서 5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조선사의 탄생이 독과점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고, 이로 인해 일부 국가가 반대하면 이번 거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 노조와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실제 이날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은의 계약이 체결된 뒤 지역사회와 대우조선 노조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실사를 물리적으로 막겠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대우조선 매각문제 해결을 위한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의 이광재 집행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의 실사가 시작되면 대우조선의 재무적 상황은 물론 각종 특허가 걸린 기술이나 노하우까지 상세히 들여볼 것"이라며 "현대중 입장에서는 추후 기업결합심사에서 매각이 취소되더라도 손해 볼 게 하나도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거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본계약 체결 소식을 접한 뒤 주변 모든 사람이 지역의 경제 타격 등을 패닉상태가 될 정도로 걱정하고 있다"며 "지역 실업률이 높고 집값도 바닥을 치며 빈 점포가 늘어나는데 본계약 체결 발표가 나니 심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우조선 신임 사장으로 조선소장인 이성근 부사장 내정
대우조선의 조선소장인 이성근 부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넘어가는 회사의 수장을 맡게 됐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는 이날 위원회를 개최하고 이성근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979년 대우조선공업에 입사해 선박해양연구소장, 미래연구소장, 중앙연구소장, 기술총괄, 조선소장 등을 역임한 이 부사장은 생산·기술 분야 전문가로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을 세계 초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대우조선은 오는 14일 이사회를 열어
앞서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지난 1월 31일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뒤 사의를 표명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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