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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마세라티] |
이 때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일으키는 게 나쁜 남자의 과거다. 여자 주인공이 그의 아픈 과거를 알게 되면서 그를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FMK가 국내 판매하는 이탈리아 하이퍼포먼스 럭셔리카인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는 '나쁜 오픈카'다. 나쁜 남자처럼 멋진 외모와 불친절함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는 패션의 본고장 이탈리아 출신답게 멋진 외모를 지녔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디자인 하우스인 피난파리나에서 지중해의 바람과 태양을 상징적으로 담아 디자인한 결과다.
전장×전폭×전고는 4910×1915×1380㎜이고 휠베이스는 2942㎜다. 전면부에서는 기존 모델보다 돌출된 타원형 그릴은 알피에리 콘셉트에서 영감을 얻은 '상어 코' 형태의 육각형 그릴이 공격성을 드러낸다.
그릴 중앙에는 바다의 신 넵투누스(포세이돈)의 삼지창이 마세라티의 상징답게 위용을 자랑하며 자리잡았다. 측면부는 매끄럽다. 강릉 해변에 세워두니 파도를 가르며 달리는 요트를 연상시킨다. 후면부에서는 역삼각형 형태의 리어램프가 안정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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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마세라티] |
그러나 불편하다. 불편함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곳은 트렁크다. 짐을 싣기 위해 트렁크 공간을 열면 답답하다. 노트북 배낭 2개를 가로로 넣으면 꽉 찬다. 실용성은 먼 얘기다. 4인승 모델이지만 뒷좌석은 '폼'에 가깝다. 성인보다는 어린아이가 타기 좋은 공간이다.
실내에서도 불친절함이 묻어난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동버튼이 보이지 않는다. 키를 돌려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거는 '턴키 스타터' 방식의 무선 키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2억4100만원~2억5400만원에 달하는 가격을 생각하면 처음엔 납득이 되지 않는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재규어, 렉서스 등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는 물론 현대차, 르노삼성 등 국산차 브랜드도 거의 모든 차종에 시동버튼을 적용해서다.
하지만 버튼 대신 키를 돌리는 '손맛'과 바로 이어지는 '부아앙'하는 허스키한 굉음이 주인의 손짓에 바로 반응하는 '애완용 맹수'를 연상시킨다. 오픈카의 객이 아니라 주인으로 만들어준다.
오픈카이기 때문에 톱(지붕)을 여는 '불편 아닌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톱이 조금 더디게 젖혀지는 장면은 고혹적이다. "나, 쉬운 차 아니야"라고 말하는 '위대한(Grand) 오픈카(Cabrio)'의 도도함이 느껴진다. 덩달아 설렘도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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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권진욱] |
운전 실력이 유아기(초보운전자)는 물론 청소년기에 해당한다면 그란카브리오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 편안한 세단에만 길들여진 운전자도 운전 청소년과 다르지 않다. 노면에 따라 움직이는 거친 몸놀림에 당황하고, 반발력 강한 페달과 즉각적인 응답성에 두려움을 느껴 제대로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란카브리오는 '운전 청소년 사용 불가(청불)' 딱지가 붙은 '19금 오픈카'다. 물론 '동네 마실' 용도로 쓸 수 있지만 야생마를 조랑말처럼 홀대하는 격이다.
대신 운전 성년식을 치룬 운전자는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강렬한 퍼포먼스와 굉음은 찌릿함을 넘어 짜릿함을 선사한다. 손·발이 차체와 한 몸처럼 움직이고 운전자, 그란카브리오, 도로가 '삼위일체'로 상호 작용한다.
강원도 오지의 막국수 맛 집을 찾아 교통정체에 시달리고 또 한 시간 넘게 줄을 선 뒤 비좁은 식탁에서 마침내 기막힌 막국수를 먹었을 때의 희열, "불편을 팝니다"는 이케아 가구를 낑낑거리며 직접 나르고 땀을 흘려가며 몇 시간에 걸쳐 조립한 뒤 마침내 멋지게 완성시켰을 때 맛보는 뿌듯함이 그란카브리오를 탈 때 느껴진다.
그란카브리오의 매력을 모르던 상태에서 다가왔던 불편은 더 이상 불평·불만·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불편은 더 뛰어난 맛을 위한 '비법 양념'으로 여겨진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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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권진욱] |
봄은 '오픈카의 계절'이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보다 따스한 햇살과 산뜻한 바람과 함께 오픈 드라이빙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어서다. '봄의 전령사' 그란카브리오는 일상탈출(일탈)을 통해 자유, 해방, 낭만에 더불어 쾌감까지 선사한다.
[강릉=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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