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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전용 클린컷 테이프클리너 기획을 위해 마련된 회의시간, 6년차 대리의 발표가 끝나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유는 2가지에서였다. 우선 클린컷 테이프클리너를 펫 전용으로 만들기엔 지나치게 좁은 타깃층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클린컷 테이프클리너는 바닥에 흩어진 먼지나 머리카락 등을 청소하기 위한 용도의 테이프를 말한다. 당연히 타깃층이 좁다보면 영업에 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선배들의 의견이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깨끗함을 추구하는 청소용품인데 흰색이 아닌 왜 짙은 회색이어야 하냐는 점에서 다들 의아해했다.
6년차 대리는 이에 당당히 말했다. "이미 3조원을 돌파한 반려동물용품 시장은 육아용품 시장 규모를 넘어섰을 것으로 분석될 만큼 컸고, 또 향후 성장 가능성 역시 매우 높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많이 키우는 견종은 말티즈와 푸들이고 묘종은 코리안숏헤어와 페르시안 등인데, 모두 밝은 털을 가진 동물들이죠. 따라서 하얀색 바탕이 아니라 짙은 회색일 때 이러한 털이 잘 붙었는지 확인하기 쉽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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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3M 생활용품 사업팀의 이구민(32·사진) 대리가 기획한 펫 전용 클린컷 테이프클리너는 이같은 설득의 과정을 거쳐 최근 시중에 출시됐다. 출시되자마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들 사이 반응이 뜨겁다. 본인들이 딱 필요로 했던 제품이기 때문이다. 한국3M의 청소용품 브랜드 스카치브라이트에서 클린컷 테이프클리너 마케팅을 담당하는 그를 통해 관련 얘기를 더 들어봤다.
그가 펫 전용 클린컷 테이프클리너를 처음 생각하게 된 것은 작년말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서였다. 그 자리에서 그는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는 소비자들이 테이프클리너를 특히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클린컷 제품이 먼지와 머리카락 청소에는 정말 좋은데, 강아지(고양이) 털은 밝아서 청소가 잘 됐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평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로부터 동물의 털과 먼지를 청소하는 게 가장 고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이 대리는 클린컷 테이프클리너를 펫 전용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특히 테이프클리너의 색깔에 주목했다.
"짙은 회색으로 필름 색깔을 선택하기까지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반려인들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본 것이 큰 도움을 줬어요. 회색 바탕색의 테이프에 하얀색으로 귀여운 동물 패턴을 인쇄해 결과적으로 밝은 털과 어두운 털 청소가 모두 수월할 수 있게 했죠" 이 대리가 말했다.
작지만 기발한 아이디어가 제품 출시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3M만의 자율적인 기업 문화 영향이 컸다. 이 대리는 이와 관련 "자신이 맡은 카테고리에 한해서는 거의 오너와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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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은 입사와 동시에 본인이 담당하게 된 업무의 A부터 Z까지를 스스로 맡아 할 수 있는 자율성이 주어집니다. 그에 따른 책임감도 물론 큰 편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맡은 카테고리에 대해선 직접 의사결정을 다 할 수 있어요. 거의 오너와 같다고 할 수 있죠."
실제로 3M은 직원들의 자유로운 연구 개발을 위해 다양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15%의 원칙'이다. 즉 모든 직원이 근무 시간의 15%는 자신이 생각하는 창조적 활동을 위해 쓰라는 것이다. 그 시간 동안 회사는 직원이 무엇을 하든 간섭하지 않는다. IT 기업인 구글이 이를 본떠 '20% 원칙'을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맥 나이트 정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는 1900년대 중반 3M을 이끌언 윌리엄 맥 나이트 회장이 만든 문화다. 좋은 사람을 고용하고 그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되 실패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아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리는 "비록 어떤 도전이 실패하더라도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분위기"라며 "어떤 제품을 열심히 기획하고 개발했지만 결국 출시되지 않았다 해도 비난하거나 패널티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도전과 혁신을 장려하는 조직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3M은 1902년 회사 설립 후 매년 1000개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또 최
이 대리는 "3M은 단순 제조 기업이 아니라 46가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과학을 담은 제품들을 개발하는 회사"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력을 마음껏 펼치고 싶다면 누구든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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