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설처럼 인보사가 전(前) 정권이 특혜를 줘가면서까지 무리하게 허가를 내준 의약품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와 박근혜 정권 유착설에 대해 손문기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56)이 말문을 열었다. 손 전 처장은 2017년 7월 12일 류영진 후임 처장 임명과 함께 그날 오후 퇴임식을 가졌는데, 그날 인보사 신약 허가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정부 연구개발(R&D) 지원금까지 받아가며 개발한 인보사가 전 정권 때 임명된 식약처장 퇴임과 동시에 허가가 떨어졌다는 점에서 특혜 의혹을 제기한다.
9일 매일경제신문과 통화한 손 전 처장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의약품 허가를 정부가 찍어내리기식으로 내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런 의혹 제기는 당시 식약처장인 나뿐만 아니라 전문성과 양심을 갖고 허가 심사에 임한 식약처 직원들에게도 심각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전 처장은 "최근 일부 보도를 통해 그같은 소식을 접하고 개인 자격으로라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심지어 특정 언론은 이번 인보사 사태 후 내가 연락이 전혀 안 되고 잠적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는데 해당 언론사로부터 이메일이나 전화 등 어떠한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인보사 허가과정에 대해 손 전 처장은 "식약처의 신약 허가는 (식약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해당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식약처장이 직접 최종 사인을 할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평가원에서 하는 것이고 처장이었던 나는 아예 인보사 허가 결재라인에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손 전 처장은 "당시 (인보사라는) 좋은 약이 있다는 얘기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고 그래서 해당 생산 현장에 가본 적도 있지만 신약 허가는 과학적 임상 자료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식약처장이 허가 여부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관계자도 "당시 인보사 허가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바이오생약심사부장의 전결 사안이었다"고 확인했다.
인보사 허가가 자신의 퇴임일에 난 것에 대해서도 손 전 처장은 "내가 12일에 퇴임할 것을 하루 전인 11일에도 알지 못했다"며 "퇴임에 맞춰 인보사 허가를 서둘러 내준 게 아니라 퇴임일과 허가일이 우연히 맞아 떨어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손 전 처장은 인보사 사태에 대해 코오롱뿐 아니라 허가 당국인 식약처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손 전 처장은 "신약 허가 담당자들도 현재 주어진 기술을 활용해 최선의 노력으로 검증에 임하고 있지만 유전자 검사 기술은 해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그같은 발전 속도를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은 신약 허가 기관에게 항상 부담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인보사 허가 때만 해도 유전학적 계통검사(STR) 등이 활성화되지 않아 인보사 문제점 파악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연세대 식품공학과와 미국 럿거스대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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