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손실액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 은행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국계 은행이 키코 판매에 적극 나섰던 이유는 리스크 관리 부족과 과도한 욕심에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정광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환율변동위험에 대비한 금융상품인 키코 거래로 손실을 본 기업은 517개.
피해액은 1조 6,943억 원에 달합니다.
특이한 사실은 손실액의 40%가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 2곳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입니다.
론스타가 경영권을 가진 외환은행까지 포함하면, 이 비율은 57.9%까지 올라갑니다.
중소기업 전체 대출 시장에서 이들 세 개 은행 비중이 채 10%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키코 상품의 외국계 은행 비중은 비정상적으로 높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걸까.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전망에 대한 지나친 확신과 중소기업 대출 시장 확대를 위한 욕심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 인터뷰 : 증권사 금융업종 애널리스트
- "외국계 은행들은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공격적으로 키코 판매에 나섰던 것으로 판단합니다. 또 키코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올릴 수 있는 성격의 사업이어서 외국계 은행이 국내 은행보다 더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연말 일부 외국계은행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치를 내 놓기도 했습니다.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과신한 외국계 은행들이 환율 상승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등한시 한 채, 환율 하락에 올인한 셈입니다.
키코가 자기 자본이 필요 없는 순수한 수수료 비즈니스라는 점도 외국계 은행이 적극적인 판매에 나선 배경으로 꼽힙니다.
판매 결과와는 상관없이 판매와 함께 수수료 수입이 발생하는 구조라 외국계 은행들은 쉽게 모럴 해저드로 빠져들 수 있었던 셈입니다.
▶ 스탠딩 : 정광재 / 기자
- "그러나 키코를 통해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하려 했던 외국계 은행들은 결국 환율 급등에 자기 발등을 찍게 됐습니다. mbn뉴스 정광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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