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동쪽 섬 사할린에는 일본강점기 때 강제징용된 우리 동포들과 그 자손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이들이 다시 조국 품으로 돌아오기까지 꼬박 반세기가 넘게 걸렸습니다.
차민아 기자가 이들의 귀국길에 동행했습니다.
【 기자 】
사할린에서 태어나 65년 평생을 살았습니다.
'버리스'라는 이름에 더 익숙하지만 단 한 순간도 모국을 잊은 적이 없다는 '신창기' 할아버지.
이제 내일이면 꿈에 그리던 조국에 돌아갑니다.
▶ 인터뷰 : 신창기 / 사할린 한인 2세
- "나 노란 머리 아니잖아요, 검은 머리잖아요. 나 한국 사람이잖아요."
하지만, 이웃에 사는 큰 누님과 두 딸, 어린 손녀는 이 헤어짐이 그저 아쉬울 뿐입니다.
▶ 인터뷰 : 신춘자 / 신창기 씨 누나
- "한국가면 동생하고 올케 한달에 한번씩 나한테 전화 꼭 해. 아프지 말고… "
한인 2세 고창의 김종순 부부에게도 오늘이 사할린에서의 마지막 날입니다.
한국에 가는 건 기쁘지만, 눈 감는 순간까지 한국을 그리워했던 부모님을 생각하면 너무 늦었다는 사실이 새삼 원통합니다.
▶ 인터뷰 : 김종순 / 사할린 한인 2세
- "91년도에 그때만 한국 가게 했어도 걸어서라도 다 갔을 겁니다. 그땐 부모들도 다 살아있었고…"
사할린 한인 1세들의 영주 귀국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2세들도 속속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조승호 / 사할린 한인 1세
- "한 평생 여기서 살다가 한국 가려니깐 마음이 싱숭생숭하죠."
마침내 한국 땅을 밟는 순간.
방문자로 찾았을 때와는 다른 가슴 속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 인터뷰 : 이선봉 / 사할린 한인 2세
- "좋습니다. 반갑고…"
내 나라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60여 년 한을 풀기에는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편안하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mbn뉴스 차민아입니다.
< Copyright ⓒ m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