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릭 요한슨 사진展>은 와디즈에서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9억원 이상의 금액을 모집했다. [사진 출처 = 에릭 요한슨 사진전 홈페이지 캡처] |
평소 전시회를 즐겨 찾는 취준생 이진혁(28) 씨는 와디즈에서 열린 '에릭 요한슨 사진전(展)' 펀딩에 20만 원을 투자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전시회를 내 돈으로 열 수 있다"는 생각에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단 5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무료 입장권 1장과 연이율 10%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투자 결정에 영향을 줬다. 어차피 관람하려고 마음먹은 전시인데, 공짜로 입장하고 이자까지 받는다면 그야말로 이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시회가 끝나는 오는 9월까지 방문한 관람객 수에 따라 추가 금리를 받는 옵션도 마음에 들었다.
이 씨와 같은 20~30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덕투일치' 바람이 불고 있다. 덕투일치는 '덕질과 투자가 일치한다'는 뜻으로, 관심 있는 분야에 과감히 투자한다는 요즘 트렌드다. 투자에 대한 보상이 금전적 수익에 그치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 개인의 만족감 등이 뒤따른다. 취미 활동을 하면서 일종의 재테크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덕후들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 씨는 "덕질하는 분야인 만큼 최신 정보와 유행에 민감한 편이다"며 "취미 분야에 대해서는 마치 전문가처럼 상품과 시장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덕후의 마음이기 때문에 만약 투자가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음악, 영화 등 크라우드 펀딩의 영역이 점차 확장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텀블벅 홈페이지 캡처(왼쪽), 와디즈 홈페이지 캡처(오른쪽)] |
덕질 세계가 넓은 만큼 크라우드 펀딩 영역도 점차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출신 가수 김예림은 림 킴(Lim Kim)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신곡을 발매하기 위해 텀블벅을 찾았다. 그의 음악을 지지하는 팬들은 이번 앨범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대중 투자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와디즈는 국내 영화 기대작 '사자' '천문'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화 마니아 및 출연 배우 팬들은 관람객이 아닌 투자자로서 작품 제작 과정에 함께할 수 있었다.
↑ 덕투일치 트렌드는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려 있다. [사진 출처 = 그린플러그드 서울 홈페이지 캡처(왼쪽), 네이버 영화 홈페이지 캡처(오른쪽)] |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일명 '소확행'을 얻기 위해 덕투일치가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20대 중반 대학생 이 모씨는 ▲웹툰 단행본 ▲게임 OST 앨범 ▲그림 자료집 ▲스케치 업 파일 등 취미와 관련된 펀딩에 여러 번 참여한 적이 있다. 그는 "지갑 사정만 괜찮다면 소확행 있는 펀딩에는 나서는 편이다"고 말했다. 덕질을 위해 투자하는 펀딩이라면 최소한 기쁨은 분명히 보장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심을 소비·투자로 표출하는 밀레니얼 세대 특유의 '미닝아웃'(Meaning-Out) 특성도 이유로 들 수 있다. 염재승 텀블벅 대표는 "최근 제작자와 투자자 모두 자신의 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펀딩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텀블벅 펀딩은 자신이 품고 있는 가치를 타인에게 전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텀블벅에서는 평화인권 운동가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 펀딩이 진행됐다. 이 펀딩은 이틀 만에 1000만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으며, 최종적으로 목표 금액의 200% 이상을 달성했다. 이처럼 예산 부족과 흥행의 불확실성, 상영관 확보 어려움 등으로 상업 영화계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작품이 펀딩을 통해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는 보통 영화 관람권 가격인 단돈 1만원 정도로 그동안 상영되기만을 기다렸던 영화를 직접 개봉시킬 수 있게 됐다.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
[디지털뉴스국 김설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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