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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 써브웨이] |
한 점주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깎듯이 인사를 했다. 인터뷰 촬영 협조로 2시간 정도 영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만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점주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이들은 글로벌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SUBWAY)' 직원인 김혜지(23·홍대아트점), 이안진(24·울산삼산점),박지현(25·언주역점)씨다.
지난 7월 세계적인 대회 '써브재머'에 한국 대표로는 처음 참가해 이름을 알린 이들이기도 하다. 이미 국내 예선에서 써브웨이 샌드위치를 예쁘게 또 가장 빠르게 만드는 순으로 전국 1~3위 안에 든 '선수들'을 점주가 먼저 알아봤다.
1분내 군침이 도는 샌드위치를 만들고, 매장 문을 여는 손님과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시킬 메뉴에 관해 '촉'이 온다는 이들의 신나는 아르바이트(이하 알바) 경험담을 들어봤다(★↓돈튜브↓★영상 속에서도 확인 가능).
◆ 90년생들 재미로 시작한 '알바'에서 정직원 되기까지
공교롭게도 써브재머에 참가한 세 명은 모두 '90년생'이다.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를 보면 90년생은 재밌어야 무슨 일이든 한다. 재미를 통한 자아실현이 기본이다.
써브웨이에서 알바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했다. 이들의 답 역시 '재미'였다.
김혜지씨는 "어렸을 때부터 써브웨이 샌드위치를 너무 좋아했다"며 "그래서 매장을 자주 갔는데, 갈 때마다 일하는 분위기가 신나보여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매일 먹는 것도 물론 큰 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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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에서부터 박지현(25·언주역점) 김혜지(23·홍대아트점) 이안진(24·울산삼산점)씨 [사진제공 : 써브웨이] |
그 결과 5년째 써브웨이에서 일을 하는 박씨는 알바생에서 직원 3명과 알바생 10명을 이끄는 어엿한 매니저가 됐다. 매니저가 되면 직원 관리는 물론, 주문 발주 권한이생긴다. 이씨의 경우 써브웨이 매니저 자격증을 갖춘 후 지금은 캐나다 이민을 계획 중이다. 써브웨이 매니저 자격증이 있으면 전 세계 어느 써브웨이 매장에서도 일을 할 수 있어서다("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feat. 송강호).
◆ 써브재머,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느냐가 관건
넘쳐나는 열정은 그들을 지난 7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써브재머'에 도전하게 했다. 써브재머는 전 세계 써브웨이 매장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의 업무 숙련도를 평가하는 경연대회다. 30cm 크기의 풋롱 샌드위치를 60초 내에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지난 6월 캐나다 본선 진출자를 가리기 위해 한국에서는 '써브재머 코리아 2019'가 처음 열렸다. 그 예선에서 김씨, 박씨, 이씨가 50초대 스피드를 자랑하며 당당히 뽑혔다. '팀 코리아'라 이름 붙인 세 명은 나란히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로 날아갔다. 6박7일간의 캐나다 일정에서 드는 왕복 항공권과 숙박료 등은 모두 써브웨이가 책임졌다.
"너무 신이 났어요. 세계에서 몰려든 경쟁자들 사이에서 '팀 코리아'를 외치며 서로를 응원했죠. 일개 알바생인데, 세계적인 대회에 참가하다니 정말로 뿌듯했어요." 이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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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써브재머 대회 모습 [사진제공: 써브웨이] |
'맏언니' 격으로 대회에 참가한 박씨는 세계인들에게 한국인의 힘을 보여주자고 의지를 다졌다. 박씨는 "캐나다에 와 참가자들을 보니 경력만 20년이 된 직원도 있었다"며 "하지만 세 명이서 대회 전날까지 시뮬레이션을 해가며 평범한 알바생이 아니라 '팀 코리아'의 힘을 보여주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빠르고 정확하게 샌드위치를 싸는 것 뿐 아니라 영수증 등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응대 과정까지 평가 기준에 넣은 써브재머 대회에서 박씨는 세계 5위 안에 드는 쾌거를 거뒀다.
◆ '샌드위치 아티스트'로서 나만의 레시피 있다면
요즘 직원들 사이 이들 세 명은 '써브재머' 출신으로 통한다. 노력한 만큼 실력을 인정 받아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들은 그러나 모든 직원들이 써브웨이에서는 '샌드위치 아티스트'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써브웨이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을 '알바생'이 아닌 '샌드위치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각기 다른 고객의 주문을 받아 누구라도 군침이 돌 만큼 먹음직스럽고 아름다운 샌드위치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은 호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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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써브재머 대회 모습 [사진제공 : 써브웨이] |
이씨는 "처음엔 서로를 그렇게 부르며 닭살이 돋았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빵이란 도화지에 각종 식재료로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들고, 그런 의미에서 샌드위치 아티스트란 말이 딱이다"고 말했다.
샌드위치 아티스트들에게 나만의 레시피 추천을 부탁해봤다. 우선 김씨는 써브웨이에서 일명 '다이어트 샌드위치'로 통하는 '로스트치킨' 조합을 추천했다. 1020대들이 즐겨찾는 메뉴이기도 하다.
"뭔가 가볍게 먹고 싶을 때 저는 로스트치킨 샌드위치에 아보카도를 추가해 먹어요. 최근 바뀐 과카몰리는 간이 돼 있어서 소스는 레드와인식초에 소금, 후추에만 먹어도 맛있습니다."
박씨 역시 건강식을 위한 나만의 레시피로 '로티세리' 조합을 추천했다. "빵은 살짝 속을 파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 야채류가 조금이라도 더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웃음). 야채는 절인류 대신 양상추나 토마토를 추가한다면 더욱 건강식이라고 하겠죠?"
◆ "처음엔 버퍼링 걸렸지만 이젠 박막례 할머니 주문도 척척"
최근 김씨는 100만 유튜버로 유명한 박막례 할머니의 주문을 받은 적이 있다. 써브웨이를 처음 방문한 할머니에게도 친절히 설명, '메뉴 추천을 믿고 맡기는 직원'으로 칭찬받았다. 하지만 김씨가 처음부터 주문을 잘 받고, 메뉴 추천을 해줄 수 있는 '능력자'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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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브웨이에 간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영상 캡쳐 |
이씨는 "매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의 눈빛만 봐도 어떤 메뉴를 고를 지 감이 온다"고 말했다. 머뭇거리는 손님일 경우 본인이 메뉴를 추천해 주면 백이면 백 다 따른다고도 했다. 그는 "손님의 나이대나 약간의 행동 차이를 관찰해 추천하는 메뉴들"이라며 "1020세대라면 이탈리안 BMT, 스테이크, 치킨데리야끼를, 3040세대라면 터키베이컨 아보카도나 써브웨이 클럽을 추천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젊은 층 뿐 아니라 박막례 할머니와 같은 시니어 손님들로 외연을 확대해가고 있는 써브웨이는 매출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써브웨이에 따르면 2017년 매출 신장률은 전년대비 209%, 2018년은 104%를 기록했으며, 올해 2분기는 전년동기대비 107%를 달성했
써브웨이 관계자는 "건강식을 찾는 고객들에게 입맛에 맞춘 각기 다른 조합의 샌드위치와 샐러드가 어필하고 있다"며 "써브재머 참여가 직원들에게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이같은 지원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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