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신약 후보물질 파이프라인에 대한 부정적 이슈로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잊을만하면 터지고 있다.
이에 오랜 기간 동안 구축한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연구·개발(R&D)에 나서는 한편 파머징(Pharmerging·Pharm과 Emerging의 합성어) 마켓 공략에 나서는 전통 제약사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4일 투자·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3상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던 바이오기업 4곳 중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등 2곳의 신약 상업화가 무산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달 23일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 신약 후보물질 엔젠시스의 임상 3상에서 약물 투약군과 위약 대조군이 섞여 결론 도출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힌 뒤 이틀 동안 하한가를 기록했고, 이날은 7만1700원에 마감됐다. 임상 3상 실패 소식이 주가에 반영되기 전인 지난달 23일 종가는 17만1400원이었다.
신라젠 역시 지난 8월 2일 항암 바이러스 제제 후보물질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을 계속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무용성평가에서 임상 중단 결정이 나왔다고 공시한 뒤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았다. 해당 공시 직전 거래일에는 종가 기준 주가가 4만4550원이었지만, 이날 종가는 1만950원이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신라젠과 헬릭스미스가 단일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회사)가 아니었다면 주가 하락폭이 이렇게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약 개발 업체에 투자 시 단일 파이프라인이 아닌 복수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업체를 선별하는 게 안전하다"면서 "올해 하반기 제약·바이오 급락장에서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업체는 레고켐바이오, 한올바이오파마, 알테오젠이었으며 이들의 공통점을 다수의 후보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신약의 성공 가능성이 다른 산업과 비교해 매우 낮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신약의 허가 가능성이 투자자들의 기대보다 낮다. 한 투자회사의 바이오 담당 심사역은 "임상 1상에 진입하면 10%, 3상에 진입하면 50%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지만, 이 통계에는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 후보물질도 포함돼 있다"며 "규모가 작은 바이오벤처의 성공 확률은 더 낮춰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판 허가를 받더라도 시장에서 평가되는 시가총액에 부합하는 수익을 낼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한국 증시는 바이오기업을 매우 비싸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역사가 오래된 제약사들이 바이오주 투자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오랜 기간 동안 복제약 판매 위주로 규모를 키운 뒤 최근 몇 년간 R&D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미약품이 얀센에 최대 1조원을 받기로 하고 기술수출한 비만·당뇨 치료제의 권리가 반환됐다는 사실을 지난 7월 3일 전한 뒤 이날까지의 주가 하락폭은 32.45%로 임상에 실패한 바이오기업보다는 나은 편이다.
의약품 사업을 오래 해오면서 쌓은 경험과 자본을 활용해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나선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유한양행은 작년 얀센에 최대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도 오코스텍으로부터 사들인 물질이다.
전통제약사들의 파머징마켓 진출도 주목된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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