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노동시장 갈등과 모순의 원인은 노동적폐에 있고 이를 오랫동안 방치하면서 산업 붕괴와 대량실업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자동차 선진국과의 노사관계 비교평가'를 주제로 제6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독일과 일본,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의 협력적 노사관계와 우리나라 노사관계 비교 평가를 통해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연사로 나선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매년 파업이 반복되는 한국 자동차시장의 갈등 원인은 '5대 노동 적폐'에 있으며 이를 개혁하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숙련형성을 방해하는 호봉제 임금체계 ▲노동의 빈익빈 부익부를 만드는 노동조합 특권 ▲성장을 저해하는 전투적 노동운동 ▲노동계에 편향된 노동정치 ▲노동현실에 역행하는 이원적 노동정책 등을 5대 노동 적폐로 꼽았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직장인은 다른 나라에 비해 노동시장 진입이 늦고 직장 퇴직은 빠르며 고용이 불안한 저임금 일자리에서 은퇴해 고령화를 맞이 한다"며 "이러한 모순과 비극은 노동자들의 숙련도 형성을 방해하는 호봉제에서 비롯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주요국은 성과급제 임금체계를 갖고 있으며 일본 역시 오래 전에 호봉제를 폐지했다"며 호봉제를 첫번째 노동적폐로 지적했다.
두 번째 노동적폐는 노동시장과 괴리된 노동조합의 특권을 꼽았다. 그는 "1000인 이상 사업장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72.4%를 기록한 반면 30인 미만 사업장은 0.2%에 불과하다"며 "실제 노동시장은 이와 반대로 30인 미만 사업장이 67.3%, 300인 이상 사업장이 9.7%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임금인상과 고용보호에 매달려 중소기업, 비정규직이 피해보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는 여기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반자본주의와 반법치주의, 규범파괴로 노사 불신을 키우고 기술변화 대응력을 떨어뜨리는 전투적 노동운동 역시 노동 적폐라고 설명했다. 경제 민주화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공성 강화를 빌미로 노동기본권이 남용되고 있다며 이는 노동계의 '오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번째 노동 적폐는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계에 편향된 정치로, 노동 관련 법·제도가 대기업과 공공부문을 기준으로 만들어지면서 나머지 90% 중소기업 근로자가 소외됐다는 논리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고용안정을 보호하고 중소기업·비정규직에게는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이원적인 노동정책이 노동계 기득권을 확대하고 고용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년연장을 공공부문과 대기업에 가장 먼저 적용하는 반면 비정규직에게는 재정 지원만 확대하고 있다"며 "어려운 사람들이 내몰리고 힘 있는 사람들만 이를 더 키우면서 노동시장이 10대 90으로 양극화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러한 5대 노동 적폐를 개선하기 위한 3대 노동혁신을 제안했다. ▲'혁신을 통한 고용안정-생산성 향상을 통한 임금인상'이 가능하도록 시장·미래 중심 노동시스템 혁신 ▲노동시장 구조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노동계와 노동조합 혁신 ▲경제주체의 이익을 조화하는 노동정치와 노동정책 혁신 등이다.
그는 "독일 폭스바겐의 사례에서 생산성과 임금을 연결시키고 시장을 중심으로 노동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며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인직자원 키우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조합원 간 정보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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