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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아시아나항공] |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금호와 HDC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앞두고 금호산업이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8063주(31.05%)에 대한 가격을 결정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가 단독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배타적협상 기간은 이달 12일로 끝나며, 오는 6일까지는 양측이 계약서 조건 협상을 마쳐야 한다.
HDC는 금호산업에 구주 가격으로 3000억원대 초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이 더 높은 가격을 원하면서 협상이 어렵게되자 최근 HDC가 금호 측에 적극적인 협상 자세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내용증명은 법정 인정을 받은 주장을 상대방에게 문서 형태로 보내는 것을 말한다. 강제력은 없지만 분쟁 발생 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어 '최후통첩' 성격이 강하다는 게 항공업계의 분석이다. 금호 측은 구주 가격으로 4000억원대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은 구주를 비롯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인 신주를 함께 인수하는 방식이다. HDC는 구주 약 3200억원을 포함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2조5000억원 가량을 들일 계획이다. 이 경우 2조원 이상이 신주 가격이 된다.
HDC의 구주 제시 가격을 주가로 환산하면 주당 4660원이 된다. 올해 종가 기준 아시아나항공 주가 평균은 5269원 수준인 만큼 평균보다 낮게 친 셈이지만, 일각에서는 매각 기대감에 아시아나항공 주식이 오른 걸 감안하면 HDC가 주식 가격을 더 쳐줬다는 주장도 있다. 금호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전 올해 아시아나항공 종가 평균은 4128원이었다.
금호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구주 가격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매각될 때 평균 1.3배 정도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것을 감안하면 구주 가격은 4000억원대 후반에서 5000억원대 초반으로 뛴다. 매각 추진 소식이 전해지기 전 주가로 계산해도 프리미엄을 붙이면 4000억원을 넘는다. 시가총액 3000억원 수준의 아시아나IDT를 비롯해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등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가치가 반영되지 않았단 지적도 있다. 다만 HDC 입장에서는 매각 추진 소식 전 아시아나항공 종가 기준 13% 가량을 더 쳐줬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전 참여를 검토하던 기업들이 구주 가치를 0에 가깝게 책정했단 점을 들고 있다.
이 같이 입장차가 팽팽한 이유는, 신주 인수 대금이 아시아나항공 재개에 쓰이는 반면 구주 매입 대금은 금호산업 등 금호 측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금호는 아시아나항공 구주 대금으로 금호 지주사인 금호고속 차입금 등을 상환해야 한다. 금호고속은 내년 3월에 산업은행 대출을 포함해 약 50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자금이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인수합병(M&A) 추진 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한 달 이상 본실사가 진행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연내 매각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이번 M&A에서는 본실사 과정이 빠졌다. 과정을 생략했음에도 진행은 난항에 빠진 셈이다. 만약 올해 안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매각 주도권은 모회사인 금호산업에서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에 넘어가 금호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HDC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준비단을 설치하고 정몽규 HDC 회장이 나서서 인수 의지를 보인만큼 빠른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HDC로서는 구주 가격 등 전반적인 계약 내용을 합의하더라도 이후 신주 발행가 책정이 남아있다. 현재 신주 가격을 구주보다 높은 주당 5500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지속적으로
항공업계 관계자는 "금호 측이 계속 오르는 주가를 이유로 구주 가격 인상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고, HDC로서는 투자 대비 이익이 적다면 M&A를 무리하게 진행할 이유가 없어 양측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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