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건전성에 대한 감독 당국의 오락가락하는 기준 때문에 혼선이 일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불과 한 달 만에 1년 경영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강태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해 말 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을 당장 12%까지 높이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당시 10%에도 못 미치던 BIS 비율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자본확충펀드 20조 원까지 제시하며 은행들을 재촉했습니다.
▶ 인터뷰 : 임승태 / 금융위 사무처장(12월 17일)
- "일반 은행의 BIS 비율은 2.6%p 증가합니다. 9월 말 기준 BIS 비율이 10.83% 정도니까 2%를 더하면 13%가 되는데…."
10년 전 BIS 비율 8%를 기준으로 생사가 갈렸던 은행은 비상에 걸렸습니다.
연 9%가 넘는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동시에, 안 그래도 꽉 막힌 대출을 더 틀어막았습니다.
▶ 인터뷰 : 신동규 / 은행연합회장(12월 26일)
- "12월 대출 실적은 생각보다 좋은 숫자는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일단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겠습니까?"
은행장들이 신년사에서 가장 앞세운 것이 바로 BIS 비율이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 인터뷰 : 강정원 / KB국민은행장(1월 2일)
- "국민은행의 2008년 말 BIS 비율은 12%대 중반, 티어1 비율은 9% 후반을 기록했습니다."
은행은 은행대로 불만이 쌓여갔고, 자금줄이 막힌 기업들은 줄줄이 쓰러져 갔습니다.
▶ 인터뷰(☎) : 중소기업 관계자
- "BIS 기준 때문에 연말까지 아예 대기업의 어음을 가져가도 할인도 안 되는 상황이고, 매일 줄도산이 일어나요 조그만 업체부터 지금…. 1월 말을 지나 2월부터는 상당한 데미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금융당국은 슬그머니 말을 바꿉니다.
▶ 인터뷰 : 김종창 / 금융감독원장(1월 9일)
- "반드시 12%를 지키라는 뜻이 아니고, 실제로 지금 BIS 비율 1등급을 10%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1등급을 평가할 때 10%입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긴축 경영을 해온 은행도 이제서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인터뷰 : 이종휘 / 우리은행장
- "과도한 자기자본을 갖고 있는 것도 은행 수익성에 굉장히 마이너스가 됩니다. 적정 자본을 갖는 게 기업활동에 굉장히 중요하죠. BIS 비율이 높다고 건전성이 좋은 은행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건전성 기준이 바뀌면서 전 금융권은 1년 경영 계획 자체를 새로 짜게 됐습니다.
▶ 스탠딩 : 강태화 / 기자
- "말로만 위기에 선제 대응한다던 금융감독 당국의 '변덕' 때문에, 안 그래도 위기에 몰린 금융과 산업 전체가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강태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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