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부문별 대표이사 3인이 모두 유임하며 큰 틀에서 안정을 택했습니다.
다만 작년 대비 승진 폭이 커졌고, 50대 초반의 젊은 사업부장을 발탁하는 등 재계 전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삼성전자가 오늘(20일) 발표한 2020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에는 총 4명의 승진 인사가 포함됐습니다.
2019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2015년도 이후 가장 적은 폭인 2명만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린 데 비해 확대된 인사입니다.
통상 연말에 이뤄지던 정기 인사가 올 1월까지 미뤄지면서 사장단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실제로는 세부 분야에서 변화가 감지됐다는 평가입니다.
먼저 올해도 삼성전자의 '신상필벌' 기조가 드러난 인사였습니다. 승진 인사 4명 모두 신성장 사업과 핵심기술 개발에 일조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입니다.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IM(IT·모바일)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전경훈 부사장은 작년 말 네트워크사업부장으로 부임한 이후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삼성전자 DMC연구소 차세대연구팀장,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장, 네트워크사업부장을 역임하면서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주도한 바 있습니다.
황성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원장도 미래 신기술 발굴과 전자 계열 연구개발 역량 제고에 기여해 사장(종합기술원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이번 승진으로 김기남 부회장을 대신해 종합기술원장으로서 차세대 연구개발(R&D) 경쟁력 강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울러 승진 인사에 포함된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과 박학규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사장도 각각 재무 전문가로서 불확실성에 대응할 인사로 평가됩니다.
가장 눈에 띄는 '세대교체' 인사는 50대 초반의 노태문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의 사업부장 발탁입니다.
노태문 사장은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모바일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주역으로 꼽힌다는 게 회사의 설명입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2세 젊은 리더로서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참신한 전략을 제시하고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대표이사 3인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 전반으로는 안정을 추구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또 한 번 대표이사 3명을 모두 유임한 것입니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사업부 간 시너지 창출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침체됐던 반도체 시장은 올해 본격적인 반등을 앞두고 있고 5G 개화로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 이에 대응할 경륜 있는 경영진의 필요성도 커졌습니다.
김기남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고동진 IM부문 사장은 갤럭시S10 흥행으로,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은 맞춤형 가전 전략 등으로 크고 작은 성과를 낸 것도 유임
이 밖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7일까지도 국정농단 사건 4차 공판에 출석하는 등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할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재판 과정에서 최근 삼성전자가 준법감시위원회 발족을 선언하면서 조직개편을 예고한 것도 사장단 인사 '안정' 기조의 필요성을 키웠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