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자료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장은 6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KISTEP 주최로 열린 '국가기술혁신체계(NIS) 2020년대 대토론회'에서 한국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며 이처럼 경고했다. 그는 "한국을 움직이는 시스템은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 전자 산업에 치우쳐 있고 이는 연구개발(R&D) 사업도 마찬가지"라며 "한국의 산업 구조와 수출 품목 역시 최근 10년간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KISTEP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 왔다. 1991~1995년에는 연평균 7.3% 수준이었지만 2011~2015년에는 연평균 3.2%까지 떨어졌다. 10년 뒤인 2031~2035년에는 1.7%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한 국가의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를 최대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또 경제 활동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요소생산성(TFP)이 잠재성장률에 기여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의 TFP는 2016~2020년 연평균 2.5%로 10년 전(3.9%)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선 KISTEP 원장은 "한국의 R&D 체계는 그때그때 발생하는 사회 이슈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문제에 대응하는 데 급급한 경향이 강하다"며 "R&D 성과가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갑자기 AI 투자를 확대했고, 지난해에는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를 겪으며 뒤늦게 소재·부품·장비 분야 R&D에 3년간 5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국제적 비상사태로 치닫자 긴급 대응 연구에 연간 5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국가 경쟁력은 전적으로 과학기술 전문 인재 같은 인적 자원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소장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선진국을 따라잡는 데 집중했던 과거에는 기술적 역량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지만, 새로운 '우리만의 것'을 창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혁신의 주체가 되는 인적 역량이 그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진 KISTEP 지역정책팀장은 "한국GM이 최근 군산을 버리고 부평을 선택한 배경에는 인천에 모여 있는 GM 연구소들이 있다"며 "인재가 있는 곳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곧 전략인 시대"라고 말했다.
이정재 KISTEP 인재정책센터장도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구조에 큰 변화를 맞게 된 한국에게는 지금부터 10년이 앞으로의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며 "과학기술 혁신을 주도할 인재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는 최근 늘어난 고학력·고경력의 신(新)고령세대를 주목하고, 이들이 계속 해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여성들이 경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인적 교류 중심의 글로벌 인재 네트워크와 평생 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
↑ 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이 6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국가기술혁신체계(NIS) 2020년대 대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ISTEP] |
국내 기업들의 R&D 규모에 비해 공공 투자가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원장은 "국내 R&D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 R&D 비용(2018년 기준 65조7028억원) 대부분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금액"이라며 "대학이나 공공 연구소로 가는 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30년째 제자리 수준인 산학연 협력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고급인재를 길러 산업 현장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과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