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 회복세' 진단을 한달만에 거둬들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사태에 따른 내수위축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KDI는 지난해 12월까지 14개월 연속으로 한국의 경제가 둔화·부진 국면에 있다고 판단한 뒤, 지난달에서야 경기 회복세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국내 최고권위의 경제 연구기관인 KDI마저 경고음을 울리며, 간신히 회복 기미를 보였던 경제가 다시 침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KDI는 9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2월호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따라 어느 정도의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향후 경기의 개선 흐름이 제약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KDI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경제에 끼칠 영향 중에서도 주로 내수 부문의 타격을 주목했다. 12월 소매판매액과 서비스업 생산이 견조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향후 소비의 개선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
↑ 8일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아파트 출입구가 철조망이 쳐진 채 봉쇄돼 있다. 이 아파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4개 문 가운데 3개 문을 폐쇄하고 사람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아파트를 봉쇄식으로 관리하는 도시들이 대거 늘었다. 【연합뉴스】 |
지난달 KDI는 무려 15개월만에 경기 회복 가능성을 언급하며 2020년 한국경제가 반등할 것이란 정부 예측에 힘을 보탠바 있다. 이에 앞서 KDI는 2018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성장세 둔화' 진단을 내리고,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9개월 연속 '경기 부진'이라 평가해왔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기 동행·선행지수도 비슷한 시기 역대 최장기간 동반하락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깊어졌다.
이처럼 2019년 경제상황이 어두웠던 만큼 지난달 KDI가 "경기 부진이 완회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을 때의 기대감이 컸던 상황이다. 그런데 신종코로나 사태로 한국 경제가 정반대의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올해 초까지만해도 생산, 소비, 투자 지표가 동반성장하며 경기회복 신호가 강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거시경제적 영향이 다방면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
↑ 사스 및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수 증가 추이. 출처 : 세계보건기구(WHO), 중국국가위생건강위원회 |
정부는 KDI보다 한발 앞서 지난해 11월 '부진' 표현을 삭제했고, 지난달에는 서비스업 생산, 소비, 투자와 고용지표 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워 "우리 경제는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9일 '중국 제조업의 글로벌 위상 변화 - 소비 및 투자 부문의 부가가치 기여분 급증'이란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 사태가 세계와 한국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및 제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과거 대비 크게 높아졌다"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중국내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활동 위축 정도는 과거 SARS 당시보다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 |
↑ 글로벌 제조업 부가가치생산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출처 :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
이처럼 현대경제연
[문재용 기자 / 송민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