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창피해서 눈․코․입이 다 사라질 뻔했지만 극~복, 나는 잘 극복했어!” -‘최고의 사랑’中 차승원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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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관리에 철저한 현대 남성들은 드라마를 통해 트렌드를 읽고 패션, 기기 및 각종 최신 아이템을 접한다. 드라마 속 유행어 및 스토리, 캐릭터 등은 작은 활력소이자 대화의 주요 소재가 된다. 지친 하루의 일과를 마감하는 휴식이 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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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드라마에 빠져드는 남성 시청자가 증가함에 따라 드라마 시청 주요 타겟층에서 남성들의 존재감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상태다.
‣ 진화하는 남자, 드라마에 미치다
야구장의 늘어난 여성 관람객의 수와 만만찮게 TV 앞에서 드라마를 챙겨 보는 남성들의 비율도 급증했다.
최근 각종 시청자 게시판을 비롯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는 드라마 혹은 캐릭터 속에 푹 빠진 남성들의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드라마 속 PPL만 봐도 자동차, 핸드폰, 음료, 시계 등 남성들을 겨냥한 제품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남성 시청자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굉장히 커진 것. ‘드라마는 여성들만 공략하면 된다’는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진 셈이다.
불과 수십년 전만해도 소극적인 여성들은 비교적 움직임이 적은 실내 활동을 즐기고 외향적인 남자들은 적극적인 야외활동 및 거친 문화를 선호한다는 풍토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성적 평등이 현실화 되고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빈번해 지면서 성 역할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여성들은 집에서 살림만 하는 시대는 가고 점차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뚜렷한 선입관이 사라졌다. 생활, 놀이, 가치관 등을 포괄하는 문화 전반에 중성화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1994년 영국의 작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마크 심슨(Mark Simpson)은 한 일간지를 통해 처음 ‘메트로 섹슈얼’(metro sexual)이라는 용어를 선보인다. 남성성에 여성성이 가미된 새로운 트렌드로 단순히 패션에서만이 아니라, 직장이나 생활공간에서 양성성을 갖춘 남자를 뜻하는 것. 그의 시각은 정확했다. 현대 도시의 전문직 종사자 중에는 사회적 관계보다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을 우선시하는 성향이 강했다. 이들은 쇼핑을 즐기고 옷을 사는데 아낌없이 투자하며 머리 손질ㆍ피부 관리ㆍ몸매 관리 등 인생에서 재미를 추구한다는 이들이 증가했다.
기존의 성적인 고정관념을 깨고 개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가 보편화됐다. 최근 국내에서는 기존의 '남성다움'(육식성)을 강하게 어필하지 않으면서도 주로 자신의 취미활동에 적극적이나 이성과의 연애에는 소극적인 동성애자와는 차별된 남성, ‘초식남’ 이라는 개념이 등장할 정도다.
‘남자이기 때문에’ 혹은 ‘여자이기 때문에’ 라는 구닥다리 가치관은 사라졌다. 스포츠, 술자리, 여행 등을 즐기는 여성들이 증가한 만큼 TV쇼, 드라마, 뷰티 등을 즐기는 남성들도 늘어났다. 남성들 역시 드라마를 보며 웃고 때론 울기도 하고 자신들의 감정 표출에 자유를 찾았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직접 돼 보기도 하고 상상도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의 질과 다양성이 굉장히 달라졌다. ‘뭉클한 가족 이야기’, ‘신데렐라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하는 기존 드라마 성향에서 탈피 현재 액션, 스릴러, 로맨틱 코메디 등 장르와 캐릭터에 변화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와 함께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는 확타지적인 스토리는 더 많아졌다”며 “여자를 위해 만들어진 ‘백마탄 왕자’ 혹은 야망, 성공으로 가득찬 외도남 등 남성들에게 거부감만을 주었던 캐릭터를 뛰어넘었다. 여성 캐릭터 역시 남성들이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타입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드라마 속 남성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행지, 음식, 소품 등의 정보가 증가했으며 여성들의 감성이 아닌 남성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들도 늘어났다. 더 이상 남성 시청자들을 무시해서는 성공적인 드라마를 만들 수 없다”고 덧붙였다.
‣ 'PPL' 에 주목하라, 남자들이 보인다
지난해 1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돼 간접광고가 공식적으로 허용되면서 방송을 통해 제품이나 장소를 노출하는 간접광고, 즉 PPL 마케팅이 탄력을 받았다.
특히 최근 PPL 마케팅에 사용되는 제품들은 주로 남성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을 핸드폰, 자동차 등이 자주 등장해 남성 시청자의 중요도가 높아졌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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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이민호의 자동차 액션신은 물론 박민영과의 데이트신에 자주 등장했다. 드라마 속 이미지에 마음을 뺏긴 젊은이들로 인해 '벨로스터' 구입 문의가 폭주중이라고.
또 ‘최고의 PPL’ 로 부러움과 빈축을 한 몸에 받은 드라마 ‘최고의 사랑’ 에서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옵티머스블랙’ 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극중 스타배우 차승원이 옵티머스블랙 광고 촬영을 하는 장면까지 전파를 타면서 공급량은 5월 전달 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 4월 2만3000대에서 5월 7만대로 급신장된 것.
뿐만 아니라 ‘옵티머스원’ 은 화제작 ‘시크릿 가든’을 통해 대박을 기록했다. 노출 두 달 만에 50만대를 공급, ‘옵티머스 2X’는 ‘드림하이’를 통해 공급량을 1월 3만대에서 2월에는 10만대까지 끌어 올렸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로열패밀리' 에서도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차량을 대량 공급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1억7000만원에 달하는 뉴 XK 5.0 컨버터블. 극중 JK그룹의 2세로 출연한 차예련은 럭셔리한 이미지를 강조하며 1억7000만원 자동차의 주인공이 됐다. 극중 차예련의 어머니인 김영애는 1억 6000여만원의 재규어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인 뉴 XJ 5.0 포트폴리오 LWB으로 재력가의 화려함을 뽐냈다. 주인공 염정아는 약 8400만원의 세단 뉴 XF 5.0프리미엄의 핸들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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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남성들을 주요 타겟으로 한 PPL 광고의 증가는 드라마, 문화 흐름의 주역이 남성들에게 옮겨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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