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정규 2집 ‘100 Percent Reality’를 발표한 타루는 앨범 작업 과정을 출산 과정에 비유했다. “아이를 낳아본 적은 없지만 정말 그런 기분 아닐까 싶어요.” 그동안 발표했던 정규 1집 그리고 미니앨범 작업과 비교해도 쉽지 않았단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앨범 제작 과정이 길어지면서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고,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너무 힘들어 앨범 작업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여러 번. 어쩌면, 타루 자신과의 싸움의 시작이었다.
“사실 몸이 너무 아팠어요.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지다 보니 3개월 동안 노래도 못 불렀죠. 노래도 못 하고 집에만 있으려니 우울증도 오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니 몸도 더 안 좋아졌어요.”
여전히 100% 회복 단계는 아니지만, “난산” 끝에 따끈한 신보가 세상에 나왔다. 이쯤 되면 ‘최고의 사랑’ 속 독고진(차승원 분)의 ‘극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이랄까. 하지만 타루는 “다른 뮤지션도 다 거치는 그런 과정을 나도 거쳤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담담하게 덧붙였다.
소속사(파스텔뮤직) 대표가 지어준 앨범 타이틀 ‘100 Percent Reality’에 대해 “생각할수록 좋은 제목”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대표님이 저를 잘 아시는데, 제 리얼리티가 100% 살아있다는 걸 아신 거죠. 저보다 저를 더 잘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위로도 되고, 행복했어요.”
주위에서 함께 음악 하는 동료 뮤지션들도 힘들었던 작업에 큰 도움이, 자극이 됐다. “주위에 싱어송라이터가 많다 보니 어깨너머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한희정 언니, 어른아이 (황)보라언니 등 주위 분들 합주 하는 데 구경도 많이 가고, 긍정적인 영향도 많이 받았죠.”
타이틀곡 ‘여기서 끝내자’는 기존 타루의 통통 튀고 발랄한 음색을 벗어나 그 어느 때보다 애절한 감성이 묻어난다. 총 네 가지 버전으로 수록된 ‘여기서 끝내자’는 타이틀곡은 짙은 성용욱과 함께 한 듀엣 버전이지만, 개인적으로 솔로 버전 역시 ‘강추’다.
또 다른 수록곡 중 눈에 띄는 곡은 ‘이슈’다. ‘그런 이야긴 됐어 너의 소녀적 취향 따위는 말이야 속옷사이즈라든지 이 시간 뭘 하는지 궁금하지도 않아’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곡은 소녀들의 성 상품화 세태와, 말초적 자극적인 이슈로 인해 정작 중요한 문제들이 잊혀지는 세상을 향한 타루의 ‘고함’이다. 타루는 이에 대해 “모두가 생각해야 할 문제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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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도, 성격도 빼놓을 수 없지만 특히 목소리가 매력적인 타루. 그녀는 지금도 ‘보컬의 달인’을 꿈꾼다. “달인. 경지에 오른다는 것,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장인 혹은 달인에 대한 만화나 영화를 보면, 수염 기르신 할아버지 같은 분들이 나와서 ‘그것은 찬 것도 아니고 안 찬 것도 아니다’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시는 거. 노래에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노래도 어느 경지에 다다르면 절제하지 않아도 절제가 되는 고차원적인 철학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게 수반될 때 더 깊고 큰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은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그 분들에 비하면 전 한참 멀었잖아요. 여전히 배우고 있는 상태고. 연륜과 경험이 쌓이면 언젠가 고수가 되지 않을까요. 듣는 사람을 감동시키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달인이 아닐까 싶어요. 도자기 빚는 장인 같은 느낌으로 노래 하고 싶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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