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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능 OST 시대 ‘쏟아지는 예능 음원들’
수년 전부터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노래들은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BGM으로 노출된 노래들은 출시된 시점을 막론하고 어김없이 차트 순위권에 진입했고 이 때문에 보이지 않는 로비가 있다는 소문까지 들렸다. 신곡을 내놓은 가수들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유 이 같은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예능프로그램은 스스로 음원을 만들어 공급하기 시작했다. 온전한 의미의 OST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음원이다. 매주 월요일 출시되는 ‘나가수’ 음원은 초창기 공개되는 날 차트를 독식할 만큼 위력적이었다. 실제로 한동안 ‘월요일은 나가수 나오는 날’로 기성 가수들의 신곡 공개가 뜸했던 것도 사실이다. 차트 경쟁에서 뒤로 밀리기 때문.
‘나가수’의 위력이 주춤해질 시점 ‘무한도전’이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음원을 공개했다. 이 음원들 역시 차트에서 수 주 간 독주를 유지했다. 케이블 채널에서도 마찬가지다. Mnet ’슈퍼스타K’ ‘오페라스타’ 등 오디션 프로그램 뿐 아니라 XTM ‘주먹이 운다’ 주제곡 ‘주먹이 운다’(소울다이브 피처링 임재범) 온스타일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삽입곡 ‘두두두와바루’(드렁큰타이거 피처링 윤미래) 등 역시 예능 OST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 방송사의 또 다른 생존법 ‘음원 판매는 곧 수익’
각 예능프로그램들이 OST 제작에 집중하는 것은 음원 수익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음원수익은 곧바로 프로그램의 제작비로 충당되기도 한다. 실제로 ‘나가수’ 음원수익은 프로그램의 제작비로 상당수 전환된다. 제작진 측은 “수익을 위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하지만 엄밀하게 놓고 봤을 때 분명 수익이 생기고 있으며 이를 단지 제작비로 돌릴 뿐이다. 기실 방송사 프로그램의 제작비는 해당 방송의 광고수익으로 충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구조적으로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한 증권사에서 ‘나가수’가 약 1년 정도 초반에 누렸던 큰 인기를 유지, 지속할 경우 약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아직 실제 금액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수백억대의 새로운 매출이 창출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방송사와 음원유통사가 함께 있는 엠넷 역시 같은 방식의 음원 판매를 프로그램의 기획 단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고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하고 있다. ‘슈퍼스타K’ ‘디렉터스컷’ ‘오페라스타’ 등을 통해 만들어진 음원은 엠넷닷컴을 통해 공급되고 이는 CJ E&M 전체에서 볼 때 음원판매 매출과 음원유통 매출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 ’잘나가는 예능 OST’ 문제는 없나?
예능 OST를 놓고 가요제작자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다. 방송이라는 거대 영향력을 가진 매체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가요제작자들의 시장에 뛰어든 결과 이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것. ‘나가수’의 경우 제작자들 사이에서 음원 사이트에서 별도 차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들의 주장이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한 듯 싶다. 기실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인기곡을 소비할 뿐 딱히 불편을 느낄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드라마 OST, 영화 OST 처럼 하나의 영역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음원들의 질적 측면에서 놓고 본다면 우려의 목소리는 비교적 설득력을 얻는다. ’나가수’ 등의 예능 OST들은 비교적 공들인 편곡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이 기존 음악을 재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리메이크, 넓은 의미의 복고의 지향은 새로운 것에 최상의 가치를 부여하는 창작자들 입장에서 다소 기운 빠지는 일이라는 것.
퀄리티 면에서도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무한도전’ 음원의 경우 창작곡들을 선보였지만 이는 ‘단시간안에 창작된, 예능프로그램에 맞춰진’ 음악이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나름의 충분한 의미는 있지만 퀄리티 면에서 탁월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 단순하게 말해 이적이 ‘압구정 날나리’를 자신의 정규 앨범에 넣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예능 OST의 유행은 그만큼 음악이 방송이나 기타 매체에 기대지 않고 음악 자체로 설 수 있는 입지가 좁아지고 현실을 방증하고 있는 결과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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