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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하지만 관객에게는 올해 즐길 거리 2편을 놓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가파른 흥행을 보이고 있는 ‘최종병기 활’과 ‘블라인드’의 뒷이야기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도 될 만하다.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은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컴퓨터를 버벅거리게 만드는 렉이 충무로에 걸린 것 같았다”며 “주위에서 영화가 8월 달에 개봉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큰 사고 없이 스태프와 배우들이 집중하고 헌신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큰 사고는 없었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작은 일들은 빈번히 일어났다. 주연 배우가 말에서 떨어지기도 했고, 손과 다리를 다치는 부상 또한 잦았다.
현장 총 책임을 맡고 있는 김 감독 역시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았는지 정신을 잃을 뻔 했다. 남이(박해일)와 쥬신타(류승룡)가 처음 맞붙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카메라가 돌고 신이 끝났을 때 ‘오케이 컷’ 사인이 나와야 하는데 김 감독은 어떤 말도 외치지 못했다. 머리가 핑 돌고 일순간 몸이 굳어버린 상황.
현장에 있던 관계자에 따르면, 류승룡이 평소 가지고 다니는 수지침이 없었다면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이 관계자는 “동적인 촬영이 많다보니 김 감독이 머리에 쥐가 난 것 같았다. 바늘로 머리를 찔러야 했다”며 “시꺼먼 피가 났다며 감독이 쓰러질 것 같았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블라인드’의 안상훈 감독이 겪은 일은 비슷한 듯 하지만 또 다르다.
‘블라인드’는 2009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이 주최한 ‘힛 바이 피치’(Hit By Pitch)에서 최고 인기 프로젝트상을 수상한 영화지만 촬영 중간에 ‘자금줄’이 끊겨 2~3개월 작업이 중단된 적이 있다. 윤창업 PD는 투자자를 찾아다녔고 어이없는 제안을 받았다.
“감독을 바꾸면 투자를 하겠다”는 게 주된 내용. 하지만 윤창업 PD는 일언지하에 그 제안을 거절했다.
안 감독은 “윤 PD가 그 제안을 수락하지 않아서 고맙다”며 “윤 PD는 이 영화를 하면서 처음 만났는데 항상 믿음이 가고 다음에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윤 PD는 의리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게 아니라고 하면서 이 영화를 누구보다 잘 만들 감독이 나라서 제안을 거절했다고 하더라”라며 고마워했다.
이보다 앞서 ‘블라인드’는 영적 능력이 있는 시각장애인 여성을 소재로 한 시나리오에서 시작됐다. 안 감독과 윤 PD는 2007년 3월 관련 이야기를 제작하려 했으나 그해 11월 중순께 체험한 공간 전시 ‘어둠속의 대화’를 다녀온 뒤 기존 시나리오를 엎어버렸다.
리얼리티를 살리고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오해와 간극을 좁혀보자는 생각을 추가했다. 2008년 1월 최민석 작가가 합류,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 탈모 증상까지 생기며 의견 충돌도 있었으나 제대로 된 스릴러를 만들어냈다.
청군에 포로로 잡혀간 누이동생을 구하기 위해 오직 한 자루의 활을 들고 싸움을 나서는 조선의 백성 남이와 앞이 보이지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으로 22일까지 각각 315만여명, 135만여명이 봤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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