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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가 청각 장애인 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 만큼 누구보다 영화를 남다르게 받아들일만 한 입장인 청각 장애인들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여건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철환 활동가는 지난 4일 다음 아고라에 시·청각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을 호소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이에 따르면 '도가니' 상영관 중 자막, 화면해설 등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마련된 곳이 거의 없어 실제로 장애인들은 영화를 보기 힘든 상황이다.
김씨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도가니'가 전국 509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지만 청각 장애인을 위해 자막 상영이 이뤄지는 곳은 불과 20곳 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상영 횟수가 제한돼 있어 원하는 시간대 영화를 볼 수 없는 형편인 경우가 태반이다.
이에 대해 '도가니' 측은 아쉬움을 표했다. '도가니' 한 관계자는 "20개관이 수 적으로 적어 보일 수 있지만 현재 주요 도시 극장에서는 모두 자막 화면해설판이 상영 중이다. 처음 10개관으로 출발했지만 영화가 흥행하면서 차츰 늘려갈 수 있었던 점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의 청원에 공감을 표하는 네티즌들은 "상영 시간이나 횟수에 맹점이 있다. 표면적인 것보다 내실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번 논란은 비단 '도가니'만의 문제는 아니다. 김씨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168편 중 한글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한 영화는 15편 정도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개정됐지만 적용되는 극장이 제한적이고 그마저도 의무사항이 아닌 임의사항에 그쳤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도가니'가 청각 장애인들이 실제로 겪은 아픔을 주요 소재로 담고 있는 만큼 당사자들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도가니' 개봉 후 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미성년자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가 하면, 영화의 배경이 된 인화학교는 폐교 수순을 밟고 있다. 사회 변화를 위한 작은 움직임들을 '도가니'가 촉발시킨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도가니'를 향한 장애인들의 이번 아쉬움의 목소리 역시, 장애로 인한 차별 없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진통이라는 긍정적으로 의미로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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