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에 고작 한 장씩‥‘게으른 가수들’
김동률 뿐 아니라 데뷔 10년차 이상의 가수들은 대체로 앨범 발매주기가 길다. 서태지의 경우 2000년에 6집, 2004년에 7집을 발표하고 2008년에 8집 앨범을 내놨다. 신해철(N.EX.T)의 경우는 2004년 정규 앨범 발표 후 2008년 3부작 형태의 미니앨범 첫 번째 장을 발표 후 현재까지 다음 앨범 소식이 없다.
비교적 성실하게(?) 앨범발표를 하고 있는 신승훈 조차도 2006년 정규 10집 이후 2년 만에 3부작으로 구상된 미니앨범 첫 번째 장을 발표하고 두 번째 미니앨범 까지 1년이나 소요됐다. 이승환도 9집에서 10집을 발표하는데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며 그 사이에 두 장의 미니앨범을 냈지만 각각 1년 정도의 시간을 소요됐다. 최근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이적 역시 3집과 4집 발표의 텀이 3년을 넘는다.
이승철, 유희열, 정재형, 루시드폴, 이은미, 김건모, 이소라, 박선주, 김종서, 윤상, 자우림, 김현철,박기영,조규찬,윤종신 등 10년 이상 20년 안팎의 가수들은 대부분 마찬가지다.
● 3년 동안 뭐하는 건가?
창작 과정, 활동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이 3년이라는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먼저 앨범 발매 시점을 기준으로 앨범발매 후 한 두 달 정도는 방송활동을 통한 새 앨범 홍보 기간이다. 이후 이들은 곧바로 공연을 시작한다. 대부분은 앨범 한 장을 완성하는 만큼 공연에 쏟는 에너지가 크다. 이승철, 이승환 등 공연 중심 가수들의 경우 앨범 제작 이상의 집중력과 에너지로 공연을 완성한다.
전국 투어 공연까지 마무리 되면 공식적인 활동을 모두 접는 경우가 많다. 1년여간의 공연 후 1년 정도는 휴식기에 해당하는 것. 물론 단순한 휴식은 아니다. 이 동안에 곡 작업도 상당수 진행되기 때문. 대부분이 작사·작곡을 하는 싱어송라이터인 까닭에 이 기간은 창작 기간에 가깝다.
1년 정도 곡 작업이 진행되면 본격적인 녹음 단계에 돌입한다. 앨범 녹음작업 역시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나머지 6개월은 앨범을 상품화 하는 단계로 접어든다. 앨범 아트워크부터 마케팅, 프로모션 일정 및 방식을 구상하는 시간이 또 6개월 이상이 걸린다.
● 대체 어떻게 먹고 사나?
기본적으로 이들이 싱어송라이터라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저작권료가 보장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씨는 “20년 정도 10여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200여곡 이상이 저작권 협회에 등록 돼 있다고 한다면, 또 그 중 일부가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받는 경우라면 경제적인 어려움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새 앨범이 나오고 이들 중 히트곡이 나온다면 어느 정도 이상 꾸준한 수익은 보장된다.
기실 공연의 경우 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승환은 “좋은 공연은 돈이 남지 않는 공연”이라고 말할 정도다. 때문에 이들 중 상당수는 휴식기에 소위 행사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최하는 규모 있는 행사나 개런티가 높게 책정돼 있는 기업행사 등이 주요 무대다. 대학 행사는 개런티가 이들보다는 낮게 책정돼 있지만 공연에 준하는 열정적인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나 영화 O.S.T 작업도 쏠쏠하다. 드라마의 경우 시청률에 따라 OST 삽입곡들의 음원판매량이 보장되기 때문에 적은 노력과 큰 활동 없이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업이다.
이 같은 방식의 활동을 통해 지켜나가고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자명하다. 창작자로서 자부심을 지키고 무대에 서는 가수로서 본분을 충실히 하겠다는 것. 이들이 발표하는 앨범의 퀄리티는 일반적인 디지털 싱글의 그것과 천양지차다. 또 이 때문에 우리는 좀 더 새로운 음악과 수준 높은 공연을 만날 수 있다. 3년 정도의 ‘게으름’은 충분히 견딜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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