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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을 앞둔 남자 문호(이선균). 약혼은 흔히 말하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며 살겠다’는 말의 시작이다. 그런데, 문호의 약혼녀가 불과 결혼 한 달을 앞두고 사라졌다. 안동 고향집에 인사차 가는 도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 상황에 닥치지 않은 이들은 모를 거다. 당황과 혼란이라는 말로 표현하겠지만, 좀 더 그 감정을 설명할 표현을 찾아야 한다. 사람 많은 동물원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의 마음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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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일본의 심각한 사회 문제였던 신용불량자를 소재로 한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를 각색한 영화는 제대로 ‘변주’됐다. 치밀하게 사건을 조사하며 고군분투한 형사 혼마를 조성하가 맡았으나 원작의 역할보다는 줄어들었다. 반면 이선균과 김민희의 역할은 늘었다. 하지만 출연 분량이 어땠는지를 따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 이들의 결과물이 원작을 잊게 만들기에 충분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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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와 종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선영을 끄집어낸 점은 특히 눈에 띈다. 두 사람이 밝혀낸 선영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전율이 느껴진다. 버블 경제 붕괴에 따른 중산층의 몰락, 대물림되는 빚, 개인파산이라는 사회적 문제는 어느새 선영의 또 다른 얼굴로 중심 이동돼 긴장감을 전한다.
‘화차’에 올라탄 한 여인이 상처를 지우고 남이 돼 살아가려 한 이유는 안타깝고, 결말에 이르렀을 때 그 충격적 현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하나의 현실이라는 생각이 씁쓸함을 더하지만 영화는 미야베 작가로부터 ‘합격’이라는 평가를 들을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임이 틀림없다.
소설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던 이선균의 역할은 중요해졌다. 사건의 전면에 나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다만 멜로의 감정을 살리며 열연했으나 장르적 특성상 그의 감정 연기가 아쉽게 다가올 수 있다. 미스터리한 김민희의 연기에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는 답답함에 분노하는 모습이 약간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긴 하다.
김민희는 ‘재발견’이 맞다. 4차원적 이미지를 미스터리에 그대로 녹였다. 공포심과 허무함에 빠져있는 캐릭터는 이선균과 조성하를 압도한다. 대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말로 많은 것을 전하는 인물이 아니다. 후반부 자신을 나지막이 평가할 때 소름이 돋는다. 조성하의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는 것도 이 영화의 미덕이다.
소설을 본 팬이나 영화 자체를 즐기러 온 이들이 모두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소설이나 영화나 여전히 여운과 충격은 깊다. 변영주 감독은 신혜은 PD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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