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 취재 차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미쓰에이 등 엄청난 아이돌 그룹이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며 1만5000석 규모의 인도어 스타디움을 달아오르게 했다.
3일 경기 고양 일산 킨텐스에서 첫 생방송 무대를 치른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이하 K팝스타)도 현장 분위기로만 놓고 본다면 MAMA 만큼 대단했다.
물론 많게 봐야 1700여석 밖에 안 되는 소규모. SBS 측은 도전자들이 최고의 무대를 펼칠 수 있게 조명과 무대 높낮이, 세션도 신경을 썼다는 걸 강조했다. 그래도 MAMA와 비교 대상은 안 될 터. 프로와 아마추어의 무대는 규모는 물론, 퍼포먼스와 질적인 부분에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K팝스타’의 톱10을 응원하는 팬들은 비슷했다. 청중은 자신이 응원하는 톱10의 이름이 적힌 펼침막을 들고, 연호했다. 이미 일부 톱10은 소수의 골수팬도 있다고 생각할 정도. 가장 어린 도전자 박지민의 무대에서 한 남성은 어색하고 민망함을 무릅쓰고 “박지민 화이팅”이라고 우렁찬 소리를 질렀다. 박지민이 신나는 무대를 만든 원동력 중에 하나가 아니었을까.
반가운 얼굴들도 이들을 응원했다. 가수 브라이언과 원미연 등 선배 가수들이 예비 스타들을 보려고 현장을 찾았고, 박정은과 김수환, 이승주 등 이전 라운드 탈락자들도 동료들을 응원하는 모습이 훈훈했다.
생방송 무대가 시작되기 30분 전, 무대와 장비, 통제 등을 맡은 스태프는 분주히 움직였다. 째깍째깍, 생방송 시작 5분 남짓. 청중의 함성은 커졌고, 1700여명이 웅성댔다. 박진영과 양현석, 보아 등 심사위원이 등장하자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생방송 무대 MC를 맡은 윤도현과 붐은 긴장하는 듯 했다.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MBC ‘나가수’를 진행한 윤도현도 카메라가 돌기 전, “갑자기 막 떨린다”며 심호흡을 했다. 대본 숙지를 하는 그는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현장에서 백지웅은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 이미쉘은 원미연의 ‘이별여행’, 이승훈은 서태지와아이들의 ‘난 알아요’, 박제형은 권성연의 ‘한 여름밤의 꿈’, 백아연은 이상은의 ‘언젠가는’, 김나윤은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 윤현상은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 이정미는 패닉의 ‘달팽이’, 이하이는 김건모의 ‘미련’, 박지민은 자우림의 ‘헤이, 헤이, 헤이’로 무대를 달궜다.
방송이 끝나고 소셜네트워크(SNS)나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는 첫 생방송에 대해 긴장감과 박진감이 없었다고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너무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이라 했던가. 연일 화제를 몰고 온 ‘K팝스타’였으니 더 안타까운 듯하다.
‘폭풍 감동’이나 ‘소름 돋는 전율’을 느끼지 못한 건 시청자나 청중, 언론도 마찬가지. 그래도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들이 잔잔한 감동을 줬고, 이승훈이나 백아연, 박지민의 무대에서는 깜짝 놀라 그들의 신선한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됐다.
이정미의 탈락도 아쉽고, MC들의 첫 진행도 부족한 것 같으며, 연출진의 무대 구성도 만족하진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기분 좋은 경연이었다고 할 수 있는 건 여느 공연장보다 노래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무대를 들을 수 있었다는 거다. 심사위원 박진영의 말을 빌자면 ‘진심이 전해졌다’고 하는 무대가 많았다고 할까.
‘K팝스타’가 첫 방송을 하기 전, 연일 화제를 몰고 올 수 있는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누가 기대했을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다음 주 더 좋은 무대로 비난을 상쇄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자면, 톱10의 노래는 아마추어 티를 벗고 프로로 MAMA를 달궜던 울랄라세션의 무대를 떠오르게 했다.
한편 이날 첫 생방송 무대에서 ‘오뚝이’ 이정미가 자신이 걸어온 길과 너무도 잘 맞아떨어지는 ‘달팽이’를 불렀으나 갑작스레 찾아온 성대결절로 발목이 잡혔다. 300점 만점에 총점 242점이라는 평균대 점수를 얻었지만 심사위원 점수 60%, 실시간 문자 투표 30%, 온라인 사전 투표 10%가 반영돼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천재 아티스트’ 이승훈은 톡톡 튀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 했고, 백아연은 여전히 청아한 목소리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김나윤은 화려한 치어리딩을 가미했고, 박지민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무대 매너로 관객을 압도했다. 백지웅, 윤현상, 이하이 등은 한소리를 들어야 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고양(경기)=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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