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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관계지만 두 사람은 진지하다. 씹던껌을 지키기 위해 총을 쏴대는 첸은 홍콩 누아르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두 사람의 슬픈 멜로는 이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장면으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미션’(1999), ‘PTU’(2003), ‘흑사회’(2005) 등을 연출한 홍콩 영화계 거장 두기봉 감독 영화에서 액션을 주로 선사한 임달화와 국내 작품에서 엄마 역할로 주로 인식된 김해숙은 내재된 배우의 또 다른 색깔을 제대로 보여준다. ‘도둑들’ 홍보 차 한국을 찾은 임달화(57)를 만났다.
“첸이 씹던껌을 안고 보호해주는 동선이 많은데, 그게 남자로서 사랑하는 여인을 한발의 총알이라도 막아주고 싶은 생각이 아닌가 했다. 남자라면 사랑하는 여자를 보호해주는 게 당연하잖나. 이 영화의 중요한 지점 같았다. 다른 영화에서는 여자를 밀쳐 내거나 한곳에 피신시키고 총을 쏘지만, 첸은 여자를 안고 보호하며 액션을 펼친다.”
임달화는 김해숙과의 호흡을 만족해했다. “‘툼 레이더’를 찍을 땐 안젤리나 졸리와는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었는데 김해숙은 직접 된장찌개를 끓여줬다. 맛있게 잘 먹었다. 너무 요리를 잘 하더라. 한국음식을 요리해줬을 때 어떻게 하면 이 여자와 애틋하고 리얼한 로맨스를 만들까를 고민하고 상상을 많이 했다.”(웃음)
사랑하는 감정을 갖기 위해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김해숙에게 귓속말로 “사랑해요”라는 말을 속삭여줬다. 언어가 너무 달라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렇게 이심전심 연기했다. 촬영 자체도 즐거웠고, 농담도 많이 하며 친해졌다. 영화를 향한 호평은 배우들의 열연과 열정 가득한 스태프의 힘이 컸던 듯 싶다.
임달화는 “전지현이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것처럼, 홍콩에서는 직접 뛰어내리는 여배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전문 액션 배우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섹시 아이콘인데 훌륭하게 잘한 것을 보면 존경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영화 후반부 멘션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는 김윤석에 대해서는 “김윤석은 정말 훌륭한 배우”라고 감탄했다. 또 김윤석과 어설픈 총잡이 앤드류를 연기한 오달수의 중국어 연기가 “너무 훌륭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두기봉 감독의 영화에서 강인한 모습을 보인 그에게 최 감독과의 작업 차이를 물었다. 그는 “두기봉 감독은 일단 시나리오 자체가 없는데 최 감독은 시나리오가 있고 현장에서 혹은 촬영 전에 디테일에 대해서 많은 상의를 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하지만 “두 감독 모두 얼굴의 표정으로만이 아닌 마음으로 사랑의 표현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극중 ‘태양의 눈물’을 훔치려고 노력했는데 개인적으로는 훔치고 싶은 게 뭐가 있을까.
그는 “세월이 지나며 얼굴에 남겨진 주름처럼 연륜과 그에 비례하는 지혜를 훔치고 싶고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년 전에 영화 ‘타짜’를 봤는데 거기에서 김혜수의 아름다운 등을 봤다.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고 반해 버렸는데 김혜수의 등을 한 번 훔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농담하며 웃었다.
‘도둑들’은 한국과 중국의 도둑 10인이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순제작비만 140억원이 들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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