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고(故) 박태준의 전기 드라마 ‘강철왕’의 제작·편성을 두고 도마에 올랐다.
KBS 새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태준의 일대기를 재구성한 드라마 ‘강철왕’의 세트장 건설이 지난 13일부터 시작됐다고 한다”며 “포항시 홍해읍 일대에 연면적 1,101.25m2 규모의 구 청와대 건물과 포철 건설 당시의 공사장 현장 건물 등을 짓게 된다. 포항시 관계자는 11월 15일을 세트장 완공 목표일로 잡았고 청와대 건물 외벽 세트 공사가 마무리되는 10월 말 첫 촬영을 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연인지 세트장에서 불과 20km 떨어진 거리에 이명박 대통령의 생가가 있다”면서 “포항시와 경북도가 각각 10억원씩 20억원의 사업비를 협찬하고 포스코가 전반적인 제작을 지원한다. 드라마는 내년 1월부터 70분씩 주 2회 방영될 예정이다.
KBS는 이미 지난 7월 해당 외주제작사에 편성의향서를 전달한 상태”라고 전했다.
새노조는 이어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권 후보의 아버지를 미화하는 '강철왕'을 KBS에서 제작·편성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새노조가 문제로 삼는 부분은 ‘강철왕’의 시대적 배경이 박정희 대통령 집권기라는 것. 박태준의 성공기를 그리다 보면 박정희 정권에 대한 미화가 불가피해진다는 지적이다.
새노조는 “드라마 ‘강철왕’은 결국 ‘이승만 다큐’와 똑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시민사회와 사내의 온갖 반대를 무릎 쓰고 제작을 강행한 ‘이승만 다큐’는 이승만의 과는 덮고 공은 부풀리는 방식으로 내용이 구성돼 KBS의 신뢰도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때도 사측은 일단 믿어보라, 객관적으로 다루겠다는 사탕발림으로 일관했다.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또 다른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것이 뻔한 ‘강철왕’의 제작 진행을 전면 중지시키라”며 “드라마국 자체 기획회의도 통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주사에 제작을 지시한 관련 책임자를 즉각 문책하라.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언론노조 KBS 본부는 양식있는 시민사회와 연대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KBS 측은 "편성 확정된 것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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