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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을 아무도 없이 홀로 살았다. 남자는 외로웠다. 철저하게 혼자다. 이불 속에서 혼자 자위행위를 하는 그에게서 세상과 불통하고 있는 악마가 꿈틀댔다. 어떤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아 보이는 그지만, “태어날 아이를 위해 한 팔 잘리는 건 대수롭지 않다”는 채무자에게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마침 그에게는 자신이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조민수)가 나타났고, 남자의 감정을 흔드는 중이었다. 그렁그렁한 눈에 슬픔을 한웅큼 담은 여자. “미안해. 내가 널 버렸어”라고 간신히 말을 내뱉고 그를 돌보려 한다. 남자는 “엄마 따윈 없다”고 밀어내지만 주위를 맴도는 여자에 마음에 끌리고 만다.
남자와 여자는 함께 생활을 한다. 생전 처음 생긴 엄마이기에 그는 아이가 되고 두려움도 느낀다. 엄마를 또 잃을까봐…. 여자도 두렵다.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여자가 사라지고 두 사람의 진짜 관계가 드러난다. 극 중반 이후 밝혀지는 여자의 정체가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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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발과 성장만을 쫓아 달려온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이 밑바탕이다. 한국을 꽤 괜찮은 나라로 만든 원동력인 청계천 공장, 철거 직전의 이곳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희망보다 절망이 가득하다. 몇 발자국만 나가면 화려하고 거대한 빌딩 숲속이 있지만 이곳은 동떨어져있다. 자본주의의 병폐를 알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소이기에 씁쓸하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배우들의 연기는 극에 몰입을 배가한다. 특히 베니스영화제의 이상한 규정 탓에 여우주연상을 받지 못한 조민수의 연기는 감탄할 만큼 처절하다.
극중 대사 “돈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말이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사랑과 증오, 배신, 용서 등 모든 것의 시작은 돈이다. 끝도 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갈등 관계가 된다. 결말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이니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다.
‘피에타’는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따냈다. 6일 개봉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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